알수록 약되는 한방상식-(1)열이 많은 체질과 냉한 체질

입력 2005-11-10 15:20:32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민간요법이 많은 탓인지 한방상식에는 유달리 잘못된 것들이 많다. '녹용을 먹으면 머리가 둔해진다', '가물치는 산모에게 무조건 좋은 보양식이다', '허리 아픈 데는 지네가 특효약이다'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올바른 한방 지식 전달을 위해 대구시한의사회의 도움을 받아 한방상식 코너를 개설, 연재한다.

■열이 많은 체질과 냉한 체질

"나는 열이 많아", "이 나이에 벌써 수족 냉증에 배가 차고 몸이 시려 큰일났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냉한 사람은 조심해서 생활하지만 열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등 모든 것을 차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은 차게 해도 몸이 견딘다는 것을 의미하지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팥빙수를 즐겨 먹다가 배가 아파 못 먹게 된 사람도 많다.

보통 사람은 열도 없고 몸이 차지도 않다.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피가 돌아 일정 체온을 유지한다. 죽은 사람은 피가 없어서가 아니라 피가 있어도 피가 돌지 않아 몸이 싸늘하다. 피를 돌리고 혈관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은 기운이다.

한방에서는 기운을 생명력으로 표현한다. 기운은 우리 몸이 찬 공기나 찬 음식을 만나 차가워지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 않는다. 겨울에 차가운 물로 설거지할 때 손이 많이 시리지만 설거지가 끝나면 오히려 손이 후끈거린다. 기운은 열을 내어 차가운 곳을 원상 복구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일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듯이 이와 같은 작업을 자꾸 반복하다 보면 기운이 시들해져서 정상적인 혈액순환이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냉한 체질, 열이 많은 체질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게 보통이다. 열이 많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기운이 점점 쇠락해 가는 신호이고 냉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기운이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표시다. 건강한 사람은 어지간해서 열도 나지 않고 차가워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따뜻한 음식이 좋다

찬 우유를 마시면 아이들의 장이 튼튼해진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 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신체가 기후에 적응하는 기간을 오랫동안 거쳤기 때문에 찬 우유를 어느 정도 마셔도 된다. 또 서양인들의 경우 육식을 많이 하는 식생활 습관으로 소화기에 부담이 발생, 배 속에서 열이 생길 때 찬 것을 조금 먹어도 무방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생활 습관이 달라 찬 것이 몸에 좋을 리 없다. 따뜻한 음식을 먹었을 때 소화가 잘 되지만 차가운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안 되는 경우는 소화기관의 활동이 왕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들은 신체적으로 성숙하지 않기 때문에 따뜻한 음식이 좋다. 탈이 나지 않는다 해서 찬 것을 많이 먹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금물이다. 식물이 봄과 여름에 왕성히 자라고 가을과 겨울에 성장을 멈추는 이치와 같이 찬 음식은 어린이 발육에 좋지 않다.

잦은 간식과 일찍부터 육류를 먹는 경향으로 아이들 위장이 약해지기 쉬운데 냉장고가 널리 보급되면서 찬 음식, 찬 음료수까지 즐겨 먹게 돼 체질이 허약해지는 어린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체질이 허약한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혈색이 노랗거나 창백하고 감기, 편도선, 비염, 알레르기성 질환을 많이 앓고 있다. 이유 없이 배와 다리가 아프다는 소리를 잘 하고 피로를 잘 느끼며 신경질적이고 주의도 산만하다. 구취가 자주 나고 입안이 헐며 대변이 불규칙적이거나 야뇨증의 경력이 있는 아이도 많다. 아이에게 최상의 음식인 엄마 젖이 따뜻한지 차가운지 생각해 보면 따뜻한 음식이 몸에 좋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경달기자 도움말:대구시한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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