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의 부활] "연탄공장 요즘 잘 돌아갑니다"

입력 2005-11-04 09:30:36

오랫동안 '반야월 저탄장'으로 불리고 있는 대구시 동구 반야월 연료단지. 대구의 중심가에서 불과 10여km 떨어졌지만 이곳은 딴 세상 같다. 포장도로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울퉁불퉁한 길. 연탄공장들의 벽면에 새겨진 '공해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란 색바랜 표어. 세월이 멈춰 서 있는 느낌이다.

이곳은 1970년대와 80년대만 해도 대구지역 난방을 책임지는 연탄생산 기지로서 이름을 날렸다. 한때는 대성그룹의 모체가 된 대성연탄을 비롯한 6개 업체가 전성기를 누렸는데 연탄 소비량이 급격히 줄면서 대성연탄 등 3개 업체가 폐업, 현재 협성, 대영, 한성 등 3개 업체가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연탄 소비가 늘면서 이곳은 과거의 영화와 비교할 순 없지만 활기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오후 기자는 한성연탄 공장을 찾아갔다. 한쪽에선 프레스기로 제품을 만들어내듯 기계장치가 연탄을 분주히 찍고 있었다. 겨울나기 준비 때문에 요즘이 가장 바쁜 시기이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공장을 가동해 하루 6만~8만여 장을 생산한다. 30만~40만여 장을 찍어내던 전성기보단 턱없이 부족하지만 2년 전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이 업체 남창수(43) 상무는 "90년대 초'중반에는 하루 2만여 장을 생산하는데 그쳤지만 고유가 여파에 힘입어 2, 3년전부터 연탄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며 "아직도 공장 가동률이 50%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요즘 같으면 현상 유지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탄의 제조공정은 아주 단순하다. 원료인 무연탄은 공장에 들어오면 잘게 가는 공정을 거쳐 바로 연탄을 찍어내는 장치로 넘어간 뒤 연탄으로 변신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손이 직접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직원들은 주로 무연탄 투입이나, 기계의 관리나 정비 일을 맡고 있다. 이곳엔 8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모두 나이가 환갑 전후이다. 탄가루가 날리는 등 작업 환경이 좋지 않은 전형적인 3D 업종이어서 젊은 사람들이 일하기를 꺼리는 곳이다.

마당에는 '운송업자'(운송 겸 판매업자)들이 자신들의 소형트럭에 연탄을 싣기에 바빴다. 이 업체에서 연탄을 공급받고 있는 운송업자들은 50여 명에 이른다.

30년 가까이 연탄을 실어 나르는 일을 했다는 김선구(50)씨. 그는 부인과 함께 하루에 몇 번씩 공장을 찾는다. 한 번에 1천장씩 트럭에 싣고 주문한 가정 등지로 배달을 한다. 요즘엔 주문이 밀려서 아침 일찍 일을 시작해도 자정이 돼서야 끝마칠 수 있다는 것.

예전엔 운송업자들은 공장에서 소매점(동네 연탄가게)까지 연탄을 날라주면 됐지만 요즘엔 소매점들이 많이 사라져 가정까지 배달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골목에는 작은 손수레(카터)에 옮겨 실어 날라야 한다. 이런 이유로 김씨는 담배 한 개비 피우며 기자와 얘기가 끝나기 무섭게 연탄을 집어 들었다. 그의 휴대폰은 탄가루로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 이것이 연탄이다

연탄(煉炭)은 주성분인 무연탄에 소량의 코크스와 목탄가루 등의 탄화물을 섞어서 성형, 건조시킨 고체연료이다.

보통 2~3장을 위 아래로 겹쳐 놓고 사용한다. 한국산업규격은 연탄의 무게가 처음 찍었을 때 3.6kg, 건조했을 때는 3.3kg 이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연탄의 생산은 없으나 무연탄 매장량은 비교적 풍부하므로 무연탄을 가공해 생산할 수 있는 연탄공업이 일찍부터 발달됐다. 무연탄이 일반 가정용 연료로 보급된 이유는 연기를 내지 않고 화력이 강하며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 우리나라의 연탄공장은 대한제국 시기에 일본인이 평양에 설치한 것이 최초이다. 그 후 우리나라의 무연탄 자원에 주목한 일본인은 점차 각지에 연탄공장을 설치한 것이다.

# 연탄에 구멍은 왜 있을까.

연탄이 잘 타려면 바람(공기)이 필요한데 바람이 위, 아래로 잘 통하게 하기 위해 구멍을 뚫은 것이다. 위, 아래의 구멍이 완전히 일치했을 때가 가장 잘 타고 막혔을 때는 꺼진다. 요즘 연탄보일러나 난로는 바람구멍을 완벽히 여닫을 수 있어서 연탄의 구멍을 일치시킨 상태에서 화력 조절이 가능하다. 하지만 예전에는 아궁이를 완전히 막아도 저녁에 새로 넣어 둔 연탄이 새벽에 다 타서 불이 꺼지는 경우가 있었다. 이 때문에 당시에는 연탄구멍을 잘 맞춰 연탄이 오래도록 타도록 하는 요령이 필요했다.

1980년 이전엔 구공탄(九孔炭)이란 말을 많이 썼다. 구공탄은 구멍이 9개가 아니라 '십구공탄'의 준말로 19개 구멍이 있는 연탄을 말하며, 일반적으론 구멍이 있는 연탄을 통칭했다. 80년 이후엔 주로 22, 25공탄이 사용된다. (2005년 11월 3일/라이프 매일 www.lifemaeil.com)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