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미, 가능성과 숙제 함께 남긴 데뷔전

입력 2005-10-17 13:29:23

1천만달러의 거액을 받고 프로 선수가 된 위성미(16.나이키골프)의 프로 데뷔전은 가능성과 함께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재확인한 무대였다.

위성미가 프로 선수로 첫 발을 내디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 최종 성적은 8언더파 280타.

실격을 당하지 않았다면 4위에 오를 수 있었던 성적이다.

메이저대회 우승자와 상금랭킹 10위권 안팎의 최정상급 선수만 출전한 대회라는 점에서 위성미의 성적은 '새내기'의 수준을 뛰어넘어 정상급 선수로서 손색이 없다.

이미 검증된 장타력과 파워풀한 샷에 눈에 띄게 향상된 쇼트게임 능력은 프로 무대에서도 언제나 우승을 다툴 수 있는 기량이라는 평가.

그러나 종종 집중력을 잃어버려 어이없는 짧은 거리에서 보여준 퍼팅 실수와 심리적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은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 대목이다.

또 엄청난 관심 속에 데뷔전을 치른 위성미는 경기 운영 미숙을 드러냈고 느린 플레이로 스스로의 리듬을 깨는 일도 잦았다.

더구나 3라운드 때 규정 위반으로 실격까지 당한 것은 위성미가 아직도 아마추어 때를 벗지 못하고 성급하게 프로로 전향했다는 비아냥을 받는 빌미가 될 전망이다.

△장타력은 역시 정상급

위성미의 가장 큰 강점은 LPGA 투어 여자 선수들을 압도하는 장타력이다. 이번 대회에서 위성미는 동반 선수들에 비해 20∼30야드는 더 멀리 쳤고 때론 3번 우드로도 드라이버를 사용한 선수보다 앞서는 장타력을 과시했다.

1라운드 때 위성미의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는 270야드에 이르렀고 3라운드 때는 무려 288야드까지 올라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에 못지 않았다.

이렇게 드라이브샷을 멀리 칠 수 있는 능력은 곧 파4홀에서는 두번째샷을 정확도 높은 쇼트 아이언으로 공략할 수 있고 특히 파5홀에서는 두번째샷을 곧장 그린에 올려 쉽게 버디를 뽑아낼 수 있기에 남다른 강점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위성미는 이번 대회에서 뽑아낸 16개의 버디 가운데 절반인 8개를 파5홀에서 만들어냈다.

'지존' 안니카 소렌스탐은 물론 PGA 투어 상위랭커들 역시 장타력을 토대로 파5홀에서 무더기 버디를 쓸어담는다는 점에서 위성미의 장타력은 최고의 무기임을 입증한 셈이다.

드라이브샷 페어웨이 안착률 00%도 매우 좋은 기록이고 00%에 이른 아이언샷 그린 적중률 역시 멀리, 그리고 정확하게 날려 보낸 드라이브샷의 덕이라고 볼 수 있다.

△향상된 쇼트게임 능력은 청신호

그린 주변에서 볼을 처리하는 쇼트게임 능력은 위성미의 약점 가운데 하나로 꼽혔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놀랄만큼 정교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규타수만에 그린에 볼을 올리지 못했을 때 한번의 퍼트로 파를 지켜낼 거리에 볼을 떨구는 능력은 작년에 비한다면 거의 완벽한 수준에 올랐다.

그린 밖에서 웨지로 홀에 바로 볼을 집어넣는 칩인 장면도 여러차례 연출해 그동안 쇼트게임에 들인 공이 만만치 않았음을 시사했다.

장타력이 타수 줄이기를 위한 무기라면 쇼트게임 능력은 타수를 지키는데 필요한 방어무기라는 점에서 이번 대회에서 4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은 부쩍 늘어난 쇼트게임 능력이라는 분석이다.

또 수많은 대회를 치러야 하는 프로 선수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 쇼트게임 능력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위성미의 앞날은 밝다.

△여전한 숙제 퍼팅 미숙

이번 대회에서 위성미는 여전히 퍼팅에서 실수를 남발했다.

7언더파 65타의 맹타를 휘둘렀던 2라운드에서 위성미는 27차례 퍼터를 사용했고 정규 타수만에 그린에 볼을 올렸을 때 홀당 퍼팅수는 1.67개. 경기를 마음 먹은대로 풀어나갈 수 있으려면 2라운드 때 보였던 퍼팅 솜씨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1라운드 때는 31개(홀당 1.73개), 3라운드 때는 32개(홀당 1.75개)까지 치솟았다.

특히 위성미는 1∼2m 안팎의 짧은 거리의 퍼팅 실수가 잦았다. 짧은 거리 퍼팅 실수는 스코어를 망칠 뿐 아니라 경기의 흐름을 끊는 심리적 허탈감까지 불러와 프로 선수들에게는 독약과도 같은 것.

더구나 그린 주변 쇼트게임으로 1퍼트 거리에 붙여놓고도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다음 홀 플레이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선수들은 입을 모으고 있어 위성미가 프로 선수로 성공하려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홀에 가깝게 붙이기만 해도 성공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덜한 중장거리 퍼팅에서는 드물지 않게 홀인하곤 했던 위성미가 쇼트 퍼트를 자주 놓치는 이유는 세밀한 홀 주변 굴곡을 간파하지 못하는 경험 부족과 함께 심리적 중압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기 운영 능력은 아직 아마추어

3라운드 때 드롭 위치를 잘못 잡아 끝내 실격까지 당한 것은 위성미가 프로 선수로서 갖춰야할 룰의 숙지와 이해가 부족했음을 보여준 사건.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위성미의 경기 운영 능력은 기복이 심하고 마인드 컨트롤이 미숙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첫날 그런대로 무난한 라운드를 치른 뒤 2라운드에서 선두권까지 치고 올라갔던 위성미는 3라운드 때 주저 앉은 것은 전형적인 '루키 신드롬'이라는 지적이다.

순위가 처지면 부담없이 샷을 휘둘러 좋은 스코어를 내지만 정작 좋은 성적이 예상되면 그만 무너지곤 하는 신인들의 '습관'이 이번 대회에서도 나타났다.

위성미가 그동안 대회 마지막날 유난히 선전한 것도 사실 우승에 대한 긴박감 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고 보면 2라운드 선전 이후 나타난 부진은 예사히 넘길 일이 아니다.

이와 함께 종종 영리한 플레이가 눈에 띄기도 했지만 공격적 일변도의 경기운영도 앞으로 고쳐나가야할 점이다.

위성미가 가장 좋은 스코어를 냈던 2라운드 때 드라이버는 거의 잡지 않았고 때문에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는 250야드로 1라운드 270야드, 3라운드 288야드에 비해 눈에 띄게 짧았다.

펑펑 터트리는 장타보다는 안정된 플레이가 스코어를 내는데 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실증한 것이다.

또 위성미는 프로암 대회 때부터 볼을 치기 전에 연습 스윙을 서너차례 하는 등 너무 시간을 많이 끄는 '지연 플레이'를 일삼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래도 슈퍼스타 입증

위성미는 이번 대회에서 지금까지 어떤 선수보다 관중 동원 능력이 뛰어난 '흥행카드'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소렌스탐의 대회 5번째 우승도 초라해질 정도였다.

이같은 관중 동원 능력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파워 넘치는 플레이와 패션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때문에 실격 사태와는 상관없이 위성미는 골프대회를 여는 주최측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상품성으로 인기를 구가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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