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예보…업계·식당 '긴장'

입력 2005-10-14 16:45:17

14일 0시를 기해 전국에 조류독감 발생 예보가 내리면서 닭·오리를 다루는 대형 업체들과 시내 음식점들은 혹시나 영업에 지장을 받지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형 닭고기업체들과 시내 통닭집, 오리고깃집의 경우 2003년 겨울 조류독감 파문으로 큰 피해를 본 경험이 있어 이번 조류독감 예보 소식을 걱정스런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급식업체들도 메뉴에서 닭고기를 제외하는 등 '몸사리기'에 들어갔으며, 동물원은 만약에 대비해 '새장'에 대한 소독을 주 1회에서 주 2∼3회로 늘리기도 했다.

◇ 닭고기업체·음식점 = 2003년 겨울 충남 등에서 발생한 조류독감 파문으로 ' 직격탄'을 맞은 닭·오리 음식점 주인들은 올 겨울도 혹시 재작년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당시 한 대형 닭고기업체의 경우 매출이 평소보다 70% 가량 떨어졌으며 이를 회복하는 데에만 3개월이 걸렸다. 일단 업자들은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 삼계탕이나 통닭 등 익혀 먹는요리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홍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전북과 전남·충남에 협력 농가를 둔 ㈜ 하림은 며칠 전부터 매출이 조금씩 떨어지더니 13일 하루 매출이 평소보다 30% 가까이 줄었다.

하림 관계자는 "10일부터 대책상황실을 운영하고 농림부와 회사, 협력농가와 공장 등 4단계 방역 작업으로 조류독감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도 "국민의 정서적인 불안감이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페리카나치킨 관계자는 "피해가 현실로 나타난 것도 아닌데 마치 양계를 먹으면조류독감 우려가 있다는 식은 곤란하다"며 "홍보물 제작도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 우려가 없는 상황에 이를 배포하면 오히려 혼돈을 불러올 수 있어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서 24시간 통닭집을 운영하는 김모(35)씨는 "조류독감 소식에 거부감을 느껴서 그런지 며칠새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어제는 조류독감 걸린 닭을팔면 벌금을 물게 된다는 내용의 홍보 책자도 왔다. 조류독감 감염 닭을 파는 것은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종로구의 한 대형 삼계탕집 관계자는 "오늘 예보가 처음 발령돼 전화로 예약을취소하거나 조류독감을 우려하는 손님은 없었다"며 "정말 조류독감이 발생하면 매출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양계협회 관계자는 "최근 닭고기 가격이 20∼30% 떨어지고 출하하려는 닭도나가지 못해 농가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아직 조류독감이 발생하지 않았고농가도 철저한 방역을 하고 있으니 닭고기를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 급식업체·동물원 = 단체 급식업체도 '조류독감' 예보가 발령나자 혹시 모를불안감에 닭고기를 메뉴에서 제외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 청운초등학교는 조류독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 이달 중순부터 닭고기, 오리고기 등을 식단에서 배제하고 있다. 또 각 가정에 조류독감 감염 경로, 증상, 예방대책 등을 소개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내기도 했다.

병원에 단체급식을 하는 푸드메디 관계자는 "닭고기 메뉴를 자제하고 되도록 돼지고기 같은 육류 음식을 배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등에 급식을 제공하는 H 어린이급식은 "아직 메뉴 변경은 하지 않았지만 조류독감 위험이 커지면 한달에 두차례 정도 제공되는 닭볶음 등을 돼지고기 볶음, 스파게티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교, 기업 등에 단체 급식을 제공하는 CJ푸드시스템은 "도계장에 위해요소 중점관리시스템을 마련하고 닭고기 산지를 지역별 파악해 조류독감 발생을 주시하고있다"고 말했다.

조류독감이 철새를 통해 전파된다고 알려져 충남 서산 등 철새도래지에 방역 비상이 걸린 가운데 서울대공원 등 동물원도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다. 서울대공원 진료팀 관계자는 "동물원 내부까지 들어오는 직원 차량이나 업무용차량에 대해 소독을 하고 있으며 관람객은 매표소를 지나 동물원 정문 입구에 폭 3.

6m 길이 50m 가량의 소독포를 카펫 모양으로 깔아서 입구를 통과하는 모든 사람이자연스럽게 소독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대공원 조경욱 관리과장은 "조류독감이 아직 국내에 상륙한 게 아니기 때문에 방역에만 신경쓰고 있다"며 새들을 사육하고 있는 물새장과 들새장을 소독하고여름철 방사시킨 조류은 일정 공간에서 기르고 있다"고 밝혔다.

조 과장은 또 "평소에 주 1회 의무적으로 하고 있던 소독을 해당 동물사에 대해중점적으로 주 2∼3회하고 있으며 소독약품도 조류독감을 차단할 수 있는 약품으로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주부·네티즌 '식탁 걱정' = '조류독감' 예보 소식에 대해 대부분 시민들은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의 주부 김모(43)씨는 "중국산 납 김치 파동에 발암물질 민물고기얘기로 먹을 거리 걱정이 많았는데 조류독감이 올 수도 있다니 하루하루 식탁 차리기가 쉽지 않다"고 걱정했다. 서울 성북구 삼선동의 주부 이모(31)씨는 "평소 아이들이 닭을 즐겨 먹는데 조류독감 얘기를 들으니 걱정이 된다"며 "익혀 먹으면 괜찮다고 해도 왠지 꺼림칙하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도 '조류독감'이 인기검색어 상위에 오른 가운데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wltlqkd'라는 네티즌은 "발생 후 대응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이라며"철저한 대비로 피해가 없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lovequfsla'라는 아이디를 쓴 네티즌은 "아직 병이 발생한 것도 아닌데너무 앞서 나가 양계업계나 관련 음식점의 피해가 크지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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