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에서 한라까지…명산의 파노라마

입력 2005-10-14 11:52:28

매일신문사 주최 사광회 50년 사진전

백두산 천지는 구름에 얼굴을 가리고 살짝 발치만 내놓았다. 힘차게 떨어지는 장백폭포는 선녀를 닮았다. 제주의 용두암은 떠오르는 태양에 얼굴을 붉힌다. 가을 기운이 완연한 주왕산은 두둥실 구름을 친구로 맞이한다. 구름은 백두대간을 흘러 지리산의 단풍을 만나고 덕유산 정상에 핀 눈꽃들을 보듬는다.

18일부터 대구문화예술회관 1전시실(053-606-6114)에서 열리는 '난치병 어린이 돕기 사광회 50년 사진전'의 작품들은 주로 백두산·한라산·설악산 등 우리나라 영산(靈山)들을 담고 있다. 산 정상에서 최고의 순간을 잡기 위해 때로는 한 달, 심지어는 두 달 동안 머무르며 잡아낸 인고의 결과물이다. 산사나이들의 심정으로 세수는 물론 양치질도 안하며 버틴 회원들의 노력이 어우러져 잡은 '결정적 장면'들이다. 장국현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목숨을 하늘에 맡기고' 작업했다.

10일 창립 50주년을 맞은 사광회(寫光會)는 이번 전시회를 위해 5년이란 긴 시간 동안 침묵했다. 2000년 정기전 이후 회원전을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최고의 작품전을 연다는 마음으로 업무를 진행했다. 매월 10일 정기모임마다 품평회를 갖고 의견을 나눴다. 지적과 격려가 오고가며 작품성은 업그레이드됐다. 그렇게 5년의 세월은 흘렀고 마침내 50점의 엄선된 사광회 작품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 작은 것은 1m에서 큰 것은 6m의 초대형에 이르는 것들이다. 장회장은 "50년 역사를 정리하는 전시회라 매년 똑같은 작품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한국 사단 최고의 사진 전시회가 되도록 준비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50주년 기념으로 사진집 '산과 삶'도 출간했다. 사진집에는 산 사진 80여 점과 생활 사진 30여 점이 담겨 있다. 유명 시인의 작품 32수도 함께 실려 있다. 전시장 한쪽에선 사광회 관련 다큐멘터리가 상영될 예정이다. 지난 9월 지역의 한 케이블방송에서 60분 동안 방영된 것을 20분으로 편집한 것이다. 자연을 축소한 분경도 같이 전시해 살아있는 자연의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

사광회는 50점의 작품 판매에서 나오는 수익금 전액을 난치병 학생 돕기 성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사진집 2천 권을 팔아 생기는 수익금도 성금에 보태진다. 2억 원 정도를 마련해 시교육청에 전달한다는 것이 장 회장의 생각이다. 장 회장은 지난해 제18회 금복문화예술상 상금 500만 원을 이번 행사를 위해 기탁하기도 했다.

사광회는 1955년 10월 10일 한국 사진계의 거목 고 신현국 선생(매일신문사 사진부장)을 중심으로 창립됐다. 국제문화교류가 흔치 않던 시절인 1964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립화랑에서 초대전을 열고 순회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1981년에는 대만신문국 초청으로 전시회를 열어 대만인들에게 우리나라의 사진예술을 알렸다.

그동안 꾸준히 전시회를 열고 사진집을 발간하며 구왕삼, 배상하 씨 같은 사진가를 많이 배출했다. 생활 중심의 리얼리즘 사진에 주력했으나 현재는 산 사진 위주의 작업이 많으며 24명의 회원이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매일신문사가 주최하는 이번 사진전은 23일까지 계속된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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