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오페라-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입력 2005-10-06 09:09:25

"마님, 이게 제 주인이 사랑한 미녀들의 명단입니다요. 이탈리아에 640, 독일에 231, 프랑스에 100, 터키에 91명입죠. 그러나 스페인에는 무려 1천하고도 셋이나 되죠···. 온갖 신분 갖가지 생김새, 별별 연령층의 여자가 다 있죠···."

하인 레포렐로가 조반니의 사랑을 되찾으려고 기를 쓰고 쫓아다니는 돈나 엘비라에게 주인이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여자를 손에 넣고 버렸던가를 종용하며 부르는 아리아 '카탈로그의 노래' 일부다.

8일과 9일 대구국제오페라 축제 두 번째 작품으로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려지는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Don Giovanni)'는 17세기 부르주아 계급과 그들의 윤리도덕이 자리 잡아가던 시기 쇠락해 가는 봉건 귀족의 자유를 누리려 했던 절대적인 향락주의자 돈 후안의 일대기를 다룬 이야기.

모차르트는 주인공의 굽힐 줄 모르는 대담하고 뻔뻔한 언행, 그의 하인 레포렐로가 벌이는 갖가지 우스운 행각, 인습에 사로잡히지 않는 자유로운 돈나 엘비라 등 생생한 등장인물을 통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속성을 다채롭게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주인공의 방탕한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계급사회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다.

'피가로의 결혼' '마술피리' '코지 판 투테'와 함께 모차르트의 4대 오페라로 꼽히는 이 작품은 그러나 자칫 무대에 올려지지 못할 뻔했다. 상당히 부도덕한 소재로 대담하게 시대를 앞서갔던 모차르트마저도 이 소재를 오페라로 만드는 일에는 망설임이 일었던 것.

그러나 카사노바가 모차르트를 찾아와 오랜 세월 동안 쌓은 혁혁한 여성 정복사를 늘어놓으며 오페라를 자신에 관한 것으로 바꿀 수 없겠느냐는 말을 들고는 "돈 후안은 카사노바에 비하면 그리 못된 인간이 아니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작곡에 임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돈 조반니'는 모차르트가 자신의 작품을 초연한 유서 깊은 프라하 국립국장에 의해 선보일 예정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예술총감독에 다니엘 드보르작, 연출은 이르지 네크바질이 맡았으며 모스크바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서곡을 비롯 '당신의 손을', '샴페인의 노래' 등 귀에 익은 선율을 선사한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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