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사고로 뇌수술 받은 이종만씨

입력 2005-09-28 08:48:58

"병실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내 마음처럼 어둡다. 갑갑한 마음에 침대에서 일어나 보지만 머리가 어지럽고 다리가 불편해 오래 서 있을 수 없다. 지난 달 15일 홀어머니와 함께 반찬거리를 사러 오토바이를 몰고 동네시장에 들렀다가 오토바이가 뒤집어지는 바람에 머리를 심하게 다친 탓이다.

병실에 누워 있으면 수발을 들어줄 사람은 커녕 찾아오는 이도 없다. 어머니는 4년 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거동을 못할 정도로 쇠약해져 함께 사는 넷째 형이 골수염으로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어머니를 돌본다. 어머니가 보고 싶지만 병원 문을 나설 때까진 참아야 한다.

이럴 때 큰 형, 둘째 형, 셋째 형도 함께 있으면 의지가 되겠지만 위로 두 형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셋째 형은 사업 실패 후 1년째 감감 무소식이다. 그나마 의지가 되는 것은 큰 형수님이다. 큰 형을 떠나보낸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우리 집안 일에 신경을 써 주신다.

혼자 병실에 누워 다른 환자들이 방문객들을 맞는 것을 보니 문득 집을 나간 아내 생각이 난다. 태국 여자라 말이 잘 통하진 않았지만 1년 남짓 함께 지내면서 정이 들었는데 어느 날 집을 나가버렸다. 가진 것 없고 앞날이 보이지 않는 우리 집 형편에 어느 여자가 버텨낼까.

그녀를 찾아 곳곳을 헤매고 다녔지만 어디 있었다는 소식만 알 수 있었을 뿐 끝내 만나보진 못했다. 못 마시는 술을 들이키며 잊어보려고도 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막내 챙겨준다고 결혼까지 신경써주신 아버지에게 죄스러울 뿐이다.

이종만(33·경북 고령군)씨가 처음 대구가톨릭대학병원으로 실려왔을 때는 머리뼈 옆부분이 부서지고 의식도 없는 상태였다. 다행히 10시간에 걸친 뇌수술을 마친 뒤 1주일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2주 정도 지나면 퇴원이 가능하겠지만 지금까지 밀린 병원비만 적게 잡아도 600만 원이 넘는다. 일상생활조차 힘겨운 이씨 집 형편으론 감당하기 어려운 돈이다.

이씨의 큰 형수 문영숙(54)씨는 가끔 이씨를 찾지만 본인 역시 힘든 처지라 보탬이 되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어릴 때부터 오른쪽 다리를 저는 장애인인데다 자신도 기초생활수급권자일 정도로 살림살이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막내 시동생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마을 농사일을 돕고 몇 푼 받는 처지였어요. 5형제 모두 마음은 곱지만 세상 물정을 잘 몰라 세상살이가 매우 힘들어요."

문씨는 남편을 떠나 보낸 후에도 인연이라는 질긴 끈을 놓지 못했다. 온전치 못한 시댁 식구들이었지만 그에겐 따뜻한 가족이었다. 두 시동생과 시어머니가 사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든 돕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몸이 온전하던 막내 시동생의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앞이 캄캄했다. 어떻게든 병원비를 마련하려고 여기저기 수소문해봤지만 돈을 마련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는다. 남은 가족들이 모여 함께 사는 모습만이라도 볼 수 있도록 닿는 데까지 힘을 보탤 작정이다.

종만씨 가족의 사연을 담담한 목소리로 전한 문씨는 마음이 독한 사람이라 울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야기를 마친 뒤 그의 눈가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저희 '이웃사랑' 제작팀 계좌번호는 대구은행 069-05-024143-008 (주)매일신문입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사진:오토바이 전복사고로 뇌수술을 한 이종만씨가 답답한 마음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병실 밖 세상을 내다보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