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삼성에 '윈-윈' 해법 제시

입력 2005-09-27 22:35:44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7일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안 논란에 대해 "일도양단으로 자를 수 없다"며 현실적 태도를 취한 것은 앞으로 이 문제를 '윈-윈'의 접근법에서 풀어나가겠다는 뜻을 완곡하게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국회 재경위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 "모두가 명분을 살리고 국민경제에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을 다시한번 강조한 셈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정부는 법의 원칙과 형평성을 지켜야 하고, 특정 재벌은 국민 정서를 수용하면서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을 재차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노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한 삼성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삼성의 '결자해지'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는 것과는 차이가 것이어서 주목된다.

물론 노 대통령은 이건희(李健熙) 삼성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편법 증여 문제까지 지적하며 '국민정서'를 강조하기는 했지만, 이날 발언의 전체적인 무게중심은 "타협적 대안이 나오면 좋겠다"는 데 실려 있다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노 대통령이 금산법을 둘러싼 논란을 소버린의 SK 철수 사태에서 비롯된 국내 자본 유출 문제에 비유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읽혀진다.

노 대통령은 "공무원들의 일반적 인식은 자본의 국적을 구별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소버린 사건을 계기로) 정부에서도 실질적으로, 심리적으로 굉장히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삼성에 대해 이런 약점을 잘 알고 밀어붙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이 지금은 누구에게도 좋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말한 데서 현 상황을 접하는 노 대통령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 흑백을 가르는 쪽에 서 있었으나 대통령이 된 뒤로 모두가 체면을 살리고 승자가 되는 방법이 있으면 참 좋은 일 아니겠느냐고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노 대통령의 언급은 '삼성 봐주기' 의혹을 제기하는 여당내 강경파를 향해 '현실도 봐달라'는 당부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동시에 노 대통령이 이번 정기국회 기간 민생 현안 처리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뒤 여당 재경위원들을 가장 먼저 초청한 것도 완충 내지 타협점을 모색하기 위한 차원으로 이해될 수 있다.

여당에서 반대하는 소주세율과 LNG세율 인상 방침에 대해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실상 철회 의사를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노 대통령이 삼성의 현실 논리에 손을 들어줬다고 해석하기는 무리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소지를 제공한 것"이라며 강도 높게 삼성의 '원죄론'을 부각시킨 것이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도 "최고의 기업이라면 어느 정도 손해를 보더라도 당당한 자세로 법에 정면으로 임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런 사정에 미뤄볼 때 금산법 논란은 삼성이 경영권 방어라는 당면 과제를 해소하기에 충분한 유예기간을 부여받은 상황에서 스스로 관련 주식을 매각하는 선에서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이 지난 98년 삼성자동차 부채 상환 논란을 회고하며 "정부의 원칙과 위신을 유지하고, 삼성은 인수.합병 같은 문제를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시간적인 유예를 가지도록 하자"고 언급한 것에 대안의 방향이 함축돼 있다는 얘기다.

한 핵심 참모는 "현실적 관점에서 정부, 삼성, 정당, 시민사회 모두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보자는 취지였다"며 "그런 면에서 특히 당사자인 삼성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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