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광장-마음껏 숨쉬며 걷고 싶다.

입력 2005-09-26 11:08:52

9월 22일은 '세계 차 없는 날'이었다. 자동차가 필수품이 되어 버린 시대에 웬 뜬금없는 날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자동차로 인해 생기는 피해나 문제점을 곰곰이 생각하면, 쉽게 무시해버리기는 어려운 날이다 싶다. 하루라도 자가용 없이는 생활하기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좀 더 편하고 멋진 차를 소유하는 것이 트렌드(문화)가 되어 버린 결과, 한국에는 벌써 1천700만 대나 되는 자동차가 돌아다니고 있다. 이로 인해 생기는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은 심각한 상태이다. 뿐만 아니라, 연 7천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하루 1천 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로 고통받고 있다. 연세대 의과대학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서울에서만 미세먼지로 인해 호흡기 질환으로 조기사망자가 연간 1만 명에 이르고, 사회적 비용도 10조 원이 넘는다.

이 문제는 비단 한국의 문제뿐만 아니라 선진국들 대부분 겪고 있거나 겪은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 외에 선진국들은 이제 자동차 중심의 정책을 펴지 않고 있다. 유럽 어느 도시를 가도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고, 버스를 비롯한 도시철도 중심의 교통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고, 대기오염과 교통사고의 문제점을 먼저 인식한 지식인과 정치인들이 끊임없는 교육과 홍보, 그리고 정책방향의 선회로 이루어진 결과이다. 개인화 되어 버린 유럽이 모처럼 거리가 활기차기 시작한 것도, 보행자 중심의 도시교통정책을 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기오염 문제와 교통사고, 이웃 간의 공동체 회복 등 엄청난 파장을 지니고 있다.

이의 확산의 계기가 된 '세계 차 없는 날'은 1997년 프랑스 서부 항구도시인 라로쉐에서 처음 시작해 이듬해 프랑스 전역으로 확대되었고, 곧 이어 세계의 수많은 도시로 확산된 운동이다. '자가용, 도심에서는 참읍시다'(In town, without car)라는 슬로건으로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 운동은 불과 수년 만에 40여 개 국 1천700여 개의 도시가 동참했고, 유럽의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이 행사를 지지하고 지원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에서는 2002년부터 서울'대구'광주'포항 등에서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올해 대구에서는 맑고푸른대구21추진협의회, 세계차없는 날 대구위원회와 대구광역시의회 주최로 2005 세계 차 없는 날 대구시민캠페인이 진행되었다.

시민캠페인으로 전체적인 도심의 자동차 숫자가 얼마나 줄었는지 가늠하긴 어렵지만, 대구시청 및 7개 관공서를 모니터한 결과를 보면, 대구시청은 이날 오전 공무원의 자동차 출근을 통제하고, 주차장까지 폐쇄하는 등 적극적으로 이 행사에 동참했고, 몇 개 구청을 제외하고는 세계 차 없는 날 행사에 참여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보여진다. 또한 시민대행진에 참여한 수천 명의 걷기와 자전거, 인라이너 행렬은 향후 녹색도시 대구의 비전을 바라볼 수 있게 하였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미국의 뉴올리언스시의 문제를 보더라도, 이제 석유문명에 의존한 도시계획 및 교통정책은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결과를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환경학자 제레미 레프킨은 "이산화탄소의 배출량과 환경재앙은 비례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구온난화의 피해는 도시를 어떻게 설계하고, 시민들의 생활양식이 어떠한가에 핵심 관건이라고 말했다. 습지를 메우고, 강을 복개해 아파트를 짓고, 빌딩을 올리면서 땅과 숲의 담수효과를 원천적으로 없애 더욱 큰 피해를 불러온 뉴올리언스나 골목골목을 아스팔트로 덮고 저수지나 하수구를 온통 복개한 우리네 현실을 비추어 보면 아찔할 정도다.

이제 출'퇴근과 등'하교만큼은 자동차를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우리들의 즐거운 불편이 나와 우리의 가족들의 건강을 보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건강함과 도시에 대한 자부심을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정현수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처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