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건강 365-(14)임신과 건강

입력 2005-09-22 14:47:19

출산 후 치아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는 사람들이 많다. 보통 아이가 엄마 치아의 칼슘을 빼앗아 가서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원인은 임신을 하게 된 후 찾아오는 여성의 몸 변화로 인한 것이다. 임신을 하면 첫째, 호르몬이 변화하게 된다. 둘째, 침의 산도가 높아진다. 셋째, 체온이 상승해 입안의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상태가 된다. 넷째, 입덧과 구역질 때문에 제때에 식사를 하지 못하고 여러 번에 걸쳐 하기 때문에 때 맞춰 칫솔질을 하지 못하거나 구역질로 칫솔질이 불가능하게 된다. 다섯째, 임신 말기에는 몸이 무거워져 칫솔질에 게을러지기 쉽다.

■임신과 치주 및 치아 질환

임신부에서 치료하지 않은 치주염이 조산(37주 이내 출산)과 저체중 출산아(2천500g)의 위험인자라는 증거가 제시되고 있다. 임신기간에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잇몸의 혈관분포가 증가하며, 모체의 면역저하로 치태와 같은 국소자극에 염증성 반응이 쉽게 발생한다. 또 호르몬을 성장요소로 사용하는 세균의 증가도 임신 시 증가된 치주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임신부가 겪는 잇몸의 변화는 크게 임신성 치은염과 임신성 종양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임신성치은염은 대부분의 임신부가 겪는 것으로 치은(잇몸)이 빨갛게 붓고 쉽게 출혈된다. 임신 초기에 시작해 진행되다가 임신 3기에 가장 심해진다. 이러한 부위가 구강위생이 청결하지 못해 형성된 치태와 치석에 의해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으면 종양 모양으로 증식하기도 하는데 이를 임신성 종양이라고 한다. 임신성 종양은 대개 출산 후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통증이 있고 음식물을 씹는데 방해가 되거나 기계적 세정 후에도 출혈이나 배농이 될 때에는 출산 전이라도 치과 치료가 필요하다.

임신이 치아우식(충치)을 직접 발생시키지는 않으나, 입덧으로 인한 구토 시 위산의 반복적인 역류가 치아의 산 부식을 초래해 치아우식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치료 시 고려사항

임신부에 대한 치과치료는 제한적이다. 임신 1기는 기관 형성기로서 태아가 환경적인 영향에 매우 민감한 시기이다. 임신 3기의 후반기는 자궁이 외부자극에 대해 매우 민감해 조산의 위험이 있는 시기이고 산모가 매우 불편해 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치과치료가 불가능하다. 또 체위성 저혈압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임신 2기는 통상적인 치과 치료를 하기에 안전한 시기이다. 진행성 치아우식 치료나 스케일링 등의 시술이 가능하다. 그러나 큰 수술이나 보철치료는 출산 후로 연기해야 하며, 응급 처치가 필요할 경우는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의한 후 임신 중 실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임신 1기에는 태아가 방사선에 민감하기 때문에 어떠한 방사선도 쬐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단을 위해 방사선 사진이 필요할 경우 반드시 방사선을 차단할 수 있는 납치마를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치과용 방사선이 안전하다고 해도 임신 중에는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임신 중 약물을 복용하면 약물이 태반을 통과해서 태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치과에서 널리 사용하는 국소마취제나 항생제, 진통제 등은 비교적 안전한 약물이다.

임신을 하면 가벼운 자극에도 심한 염증이 나타나고 질환이 발생해도 제한된 치과치료만이 가능하다. 따라서 임신 전에 건강한 구강환경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케일링 등의 치주질환의 관리, 우식치아의 치료 및 염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사랑니 발치 등이 필요하겠다.

김교영기자

도움말:강승훈 대구시 치과의사회 섭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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