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시평-경북, 농업에서 희망 찾자

입력 2005-09-14 11:41:08

한국 농촌 지역의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 주는 몇 가지 소식이 최근 매일신문을 통해 전달됐다. 영천 포도가 미국으로 첫 수출돼 과수 농가들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고 미국 차세대 지도자들이 문경을 찾아 도자기 제조 과정을 보고 감탄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모두 가을 수확 준비와 미래 농업에 대한 걱정으로 시름에 잠긴 우리 농촌에 기쁨을 주는 소식이다.

경북은 물론 미래의 우리 농업과 농촌이 나아가야 할 길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깨끗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고 둘째는 깨끗한 농산물로 만든 고급 음식을 만들어 세계화하는 것이다. 셋째는 농촌을 농산물 생산 기지만이 아니라 국민의 관광과 휴양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우리 포도를 비롯하여 호박'수박'오이'참외는 수년간의 노력으로 지난해 어렵게 미국 시장의 문을 열었으며 올해부터 이들 작물의 수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병충해 관리 등 미국이 요구하는 각종 재배 지침을 잘 지켜야 한다.

지침의 핵심은 안전하고 깨끗한 농산물 생산이다. 경북은 타 지역에 비해 깨끗하고 안전한 농산물 생산을 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좋은 조건에 농민의 노력과 협조, 행정 기관의 지원이 잘 이뤄져 경북 농산물은 깨끗한 농산물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모처럼 문을 연 미국 시장이 다시 문을 닫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농산물 수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 농산물을 원료로 특색있고 다양한 전통 음식을 발굴하여 수출 상품화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 식품의 미국 시장 수출 여건은 좋아지고 있다. 미국인의 식품 소비 패턴이 비만과 과체중을 부르는 육류보다 과일과 채소 선호 쪽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식이자 발효 음식이 특징인 한국 음식에 대한 인기도 높아졌다. 김치를 비롯, 비빔밥'불고기'잡채'라면뿐 아니라 소스류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다. 지난 8월 11일자 뉴욕타임스지는 '뉴요커의 입맛을 사로잡는 한국식당'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음식을 특집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우리 음식에 대한 열풍과 수요 증대를 장기적 소비 기반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음식도 많은 개선을 해야 한다. 원료 농산물이 안전하고 깨끗해야 하며 조리 방법이나 메뉴도 표준화돼야 하고 편이성을 강조하는 미국인의 취향에 맞추어 더욱 간소화하고 현지화해야 한다. 특히 음식뿐 아니라 식단의 차림, 그릇이나 테이블 등 '식공간'을 하나의 복합적인 문화 상품으로 인식해 격조 높은 음식 상품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신라 음식이나 문경의 도자기, 안동 지역의 각종 제례 음식과 예절은 너무나 소중한 국제적인 문화 상품이다. 이러한 소중한 자원을 문화와 접목시켜 수출 상품으로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역 대학에도 식공간을 연구하고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식공간 연출학과'를 설치해 이론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

미국 농촌도 양극화돼 대규모 기업농이 아닌 중소농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우리 농업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농촌에 각종 관광'휴양시설을 개발하고 다양한 숙박업소를 운영, 농촌 지역 소득을 증대시키고 있다.

경북의 농촌은 너무나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산 높고 물 맑으며 북에서 남, 동에서 서로 이어지는 지방 곳곳이 각종 특산물과 다양한 관광 자원을 가지고 있다. 잘 엮어서 개발하고 고급 문화 상품으로 발전시켜 나갈 때 경북 농업과 농촌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더 욕심을 부린다면 경북 지역에 세계적인 중'고교 한두 개만 만들자. 굳이 서울로 가지 않더라도 이 학교에서 공부한 학생이 미국의 명문 대학에 입학하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세계적인 인재를 육성시키자. 지난 8월 22일 전국 농촌에서 선발된 초'중'고생 30여 명이 미국을 방문했다. 워싱턴 한국 대사관에서 만난 그들의 모습에서 미래의 희망과 빛을 보았다.

오늘날 우리 농업과 농촌의 문제점이 간단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해결책이 없는 게 아니다. 중앙과 지방 정부, 학계와 연구 기관, 그리고 도민의 농업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주미 대사관 농무관 김재수(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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