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교재문제 그대로 출제 혼란
7일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에서 사회·과학탐구의 일부 과목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EBS 수능강의 교재에 실린 문제 일부가 그대로 출제돼 수험생들의 불만과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모의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대부분 영역의 난이도가 지난해 수능시험 수준이라고 밝혔으나 수험생들은 윤리, 화학 등 탐구영역 일부 과목에서 난이도 높은 문제가 출제돼 다른 과목에 비해 점수가 크게 떨어졌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EBS측은 수능강의 반영률이 70~86%에 이른다고 주장했으나 여타 문제집, 참고서와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반면 몇몇 문제가 EBS 교재에서 그대로 출제됐다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 실제 수능에서 EBS 반영 방법 및 반영률이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출제 경향=언어와 수리, 외국어 영역의 경우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 확보를 위해 까다로운 문제가 다소 많아졌으나 지난해 수능이나 6월 모의수능과 비슷한 수준의 난이도를 보였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언어영역에서는 문학 비중 축소, 쓰기 비중 확대 등의 특징이 그대로 유지됐으며 수리영역은 기본적인 계산 능력과 개념·원리의 이해를 확인하는 문제들로 평이하게 출제됐다. 외국어영역도 듣기와 말하기 문제가 기존 유형과 비슷했으며 어법 문제가 하나 줄어들고 지문의 길이가 짧아지는 등 크게 어렵지 않았다.
△탐구영역 혼란=7차 교육과정 도입 이후 많은 선택과목의 표준점수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과학탐구는 이번 모의수능에서도 수험생들의 답답함을 더했다. 어려운 과목과 쉬운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들 사이에 점수 차이가 큰데다 한두 문제만 틀려도 석차 백분위가 크게 떨어져 선택과목에 따라 수험생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사회탐구의 경우 윤리와 역사 등에서 롤스의 정의론이 반영된 도표, 역사신문의 기사와 만평 활용 등 새로운 유형과 시사적인 성격의 문제들이 다수 출제돼 난이도를 끌어올렸다. 과학탐구 역시 합성세제, 대기오염, 배아줄기세포 등 시사·생활과 관련된 문제들이 많이 나왔으며 과목마다 난이도 높은 문항들이 상당수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고난이도 문제를 포함시키는 평가원의 출제 원칙은 수능시험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그러나 교과서의 범위를 벗어난 완전히 새로운 문제 유형이나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 등에 대한 수험생들의 적응 정도가 떨어지는 현실이어서 수능 후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EBS 반영=EBS측은 모의수능 직후 수능강의와 교재의 반영률이 70~86.7%였다고 밝혔다. 영역별로는 언어 86.7%, 수리 '가'형 75%, '나'형 70%, 외국어 76%, 사탐 70%, 과탐 78.75%로 각각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수능시험에서와 마찬가지로 수험생들이 실제 체감하는 반영률은 높지 않았다. 모의수능에 반영됐다는 내용 대부분이 교과서나 다른 참고서, 문제집 등에서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의수능 직후 쏟아진 수험생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오히려 EBS 수능강의와 교재의 지나친 반영이 올해 수능에서 여론의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들은 "모의수능에 출제된 몇몇 문제는 EBS 교재에 나온 것을 그대로 옮겼다"며 "실력을 평가하는 건지 EBS 교재 암기 능력을 평가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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