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마카', '마루', '예전', '우전'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대구에 있는 연극전용 소극장들이다. 소극장 공연 덕분에 올해 대구 연극은 1980년대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영화와 달리 연극은 현장성이 생명이다. 그런 점에서 소극장 연극은 배우들의 표정과 호흡까지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지난 80년대, 군부독재라는 참담한 현실 속에서 그저 통기타와 청바지 문화에 심취하며 스스로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던 젊은이들에게 소극장 연극은 때론 현실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한편으론 시름과 아픔을 잊게 하면서, 정신적 공백을 훌륭하게 채워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은 변했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단순하고 다양하면서 보다 직접적인 자극들을 요구한다. 이 같은 세태는 영화 쪽으로 젊은 세대들의 시선을 빼앗기는 원인이 되고 말았다. 젊은이들은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으며 은밀하게 사랑의 스킨십을 나누기를 원한다. 그리고 철학적 사고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즐기기를 원한다.
이런 시류에 맞추어 소극장 연극도 변화하고 있다. 올해 막을 올린 극단 원각사의 '택시 드리벌', 극단 마카의 '해가 뜨면 달이지고', 극단 마루의 '의자는 잘못 없다', 극단 온누리의 '흉가에 볕들어라', 극단 가인의 '반쪽 날개로 날아온 새' 등이 대표적 예다. 장르도 훨씬 다양해지고 극적 완성도도 한층 높아졌다.
이는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향수를 원하는 중장년층들도 다시 연극 공연장으로 불러 모으는 성과를 얻고 있다. '만경관', '제일극장', '한일극장'등이 영화 마니아뿐만 아니라 대구 시민들 누구에게나 소중한 자산이듯 '마카', '마루', '예전', '우전' 등도 대구 시민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또 다른 문화자산이 되기를 기대한다.
극작가 김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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