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신문 많이 읽고 창의성 키우자"

입력 2005-08-30 16:01:25

매일신문사 개최 NIE·대입논술 특강 지상중계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매일신문사가 개최한 'NIE·대입논술 전문가 특강'에는 500여 명의 학부모들이 찾아와 신문 활용 교육과 논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강의 시간 내내 진지함을 놓치지 않은 학부모들은 강사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평소의 궁금증을 풀었다는 모습이었다. 참가하지 못한 학부모들을 위해 전문가들의 특강 주요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신문을 펴면 논술이 된다'(이충희·언론인, NIE 전문강사)=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교육에 대단히 집착한다. 그러면서도 부모의 역할을 '돈을 대는 것'으로 한정하는 경향이 있다. 사교육비를 충당할 수 있다면 힘든 부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정작 필요한 노력은 하지 않는다. 부모가 먼저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NIE(신문활용교육)는 부모 외에 누가 대신 가르쳐 주기 어렵다. 자녀의 수준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부모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모가 공부하지 않으면 신문을 펼쳐도 자녀에게 들려줄 말이 없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TONK'라는 시사용어가 있다. 'Two Only No Kids'란 의미로 신문에 종종 등장하는 말이다. 이 말의 의미를 아는 것으로 그친다면 초보적인 NIE이다. NIE가 논술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자녀에게 무작정 신문을 던져줄 경우 아이는 이 용어를 암기하는 수준에 머문다.

학부모는 이때 자녀와 대화를 나눠야 한다. TONK라는 용어가 나오게 된 사회적 배경은 무엇인가, 이 같은 사회적 배경이 한국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이 같은 변화가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저출산과 노령화, 국가생산력 저하 등 갖가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부모가 자녀와 함께 신문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지금 우리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글쓰기 기술'이 아니라 '글 쓸 재료를 모으는 것'이다. 신문을 통해 글감을 모아야 한다. 글감이 없는 글(논거가 약한 글)은 좋은 글이라고 보기 어렵다.

△'가정에서 하는 독서·논술지도'(조영미·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대구지부장)=책읽기는 성적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책을 통해 어휘력을 늘리고, 생각을 확장하고, 이해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는 책은 많이 읽는데 성적은 별론데요'라고 말하는 부모를 종종 만난다. 책읽기가 성적 향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책을 열심히 읽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은 독서가 '감성적' 영역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때 부모는 자녀가 감성적 영역과 지성적 영역의 책을 골고루 읽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감성적 영역의 책은 동화, 소설 등 문학 분야 책이다. 이 분야의 책은 감성을 키워 상상력과 창의성을 길러준다. 반드시 필요한 분야의 독서지만 당장 성적향상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여학생들이 감성적 영역 독서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때 학부모는 과학 역사 사회 등 지성적 영역의 책을 섞어 읽도록 지도해야 한다. 지성적 영역의 책에만 몰두하는 아이에게는 반대로 감성적 영역의 책을 섞어 읽도록 지도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독서의 목적은 창의성을 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 읽기를 무작정 싫어하는 아이의 경우 성적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 경우에는 자신의 관심 분야 책부터 읽히는 게 좋다. 컴퓨터와 전자오락, 인라인 스케이트와 만화 등 무엇이라도 좋다.

△'대입논술 초·중학교부터 준비하라'(윤일현·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미래사회의 직업형태는 오늘날과 많이 다를 것이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무너지고 '프리에이전트(FA)' 개념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FA는 특정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특정한 프로젝트를 위해 구성하는 팀이다. 이 팀은 일정한 시간에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이익을 분배한 후 해체된다. 그리고 여가를 즐기다가 또 다른 프로젝트가 생기면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입사시험을 통해 취직하고 평생고용을 보장받을 수 없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해야 하며, 무엇보다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이 돼야 한다. 창조력이 부족한 사람은 값비싸고 좋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없다. 인기 없는 배우가 좋은 영화의 주인공을 맡을 수 없는 것과 같다. 암기나 밑줄 긋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창조성을 키우는 독서, 능동적인 공부만이 미래사회에 대비하는 방법이다.

창조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려면 감동할 줄 알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은 자신이 감동하고 공감하는 일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뿐만 아니라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녀가 능동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재료를 제공해야 한다. 이 재료는 인문학적 교양이다. 책과 신문을 열심히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공감하고 감동받아야 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의 책읽기는 대부분 '구슬 꿰는 법'에 한정돼 있다. 글쓰기 방법, 포장술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구슬 꿰는 '기술'이 아니라 '구슬'이다. 구슬이 없는데 무엇을 꿴다는 것인가. 책과 영화에 몰입해서 감동하고 공감해야 하는 이유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사진-지난 23일부터 3일 동안 매일신문사가 주최한 'NIE·대입논술 전문가 특강'에 참가한 학부모들이 진지하게 강연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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