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수필집 펴낸 민병도씨

입력 2005-07-28 08:43:27

청도 두물머리 금천(錦川)가 목언예원(木言藝苑)에서 작업에 전념하고 있는 작가 민병도(53)의 삶은 누구보다도 치열하다. 여느 작가들은 한 분야에 천착하기도 버거운데 시인으로, 화가로 어느 쪽도 모자람없는 역량을 보여주고 있어서 그렇다.

지천명(知天命)의 언덕길에 선 그의 문학과 예술의 세계를 한마디로 '시중유화 화중유시'(詩中有畵 畵中有詩)의 경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민병도 시인이 11번째 시집 '마음 저울'과 첫 수필집 '고독에의 초대'를 목언예원에서 동시에 펴냈다.

그는 대구시조시인협회 회장과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을 맡고 있는 등 문단과 미술계의 발전을 위해 분주한 날들을 보냈으면서도 13권에 이르는 시집과 시화집을 냈고, 16회에 달하는 한국화 개인전을 가진 열성 작가이기도 하다.

이번 시집의 표제시인 '마음저울'에서 보듯 시인은 두갈래의 물이 합치는 두물머리에서 때때로 물소리에 침잠하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곤 한다. 그것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저울에 지그시 자신을 실어보며 눈금을 확인하는 자기성찰에 다름 아니다.

시 '월인'(月印)에서 처럼 봄밤이면 홀로 작설차를 우려 마시며 '적멸에 사다리 놓아 등을 켜는 물소리'와 '천지간 은 비단 펼쳐 수를 놓는 풀벌레' 울음소리를 듣는다. 문득 산다는 것은 자기를 버리는 것이요 슬픔을 버리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기 위해 시인은 밤마다 피안을 향한 순례의 길을 떠난다.

더욱 치열한 자기성찰을 위해서는 '맨발로 눈밭에 서서 빈 궁궐을 지키는', ' 샅샅이 지문을 뒤져 면도칼로 후비는' 겨울나무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풀꽃처럼 흔들리는, 물처럼 흐르는, 산처럼 견디는 삶을 살아가려 한다.

처음 선보이는 수필집 '고독에의 초대'도 이같은 자기성찰의 연장이다. '성산포' 그림을 곁들인 '바닷가에서의 사색'이란 글에서 "아무도 없는 쓸쓸한 새벽바다를 좋아한다"며 "참을 수 없는 분노도 주체할 수 없는 불안도 조금만 멀리로 눈을 돌리면 분별을 지워버린 다만 하나의 아득한 수평선"이라고 토로한다. 질박한 글과 함께 담은 그림들도 긴 여운을 남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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