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86만명, 2005년 260만명. 40% 이상 이용객 급증세. 매주말 마다 3만5천명 내지 5만명 출입.
이런 기록을 갖고 있는 건물은?
바로 씨네시티 한일(구 한일극장)이다. 전국에서 단위건물 가운데 가장 활성화된 건물이다. 전국에서 아무리 유명한 백화점이 근사한 세일을 한대도 단위면적당 건물 입장객 수에서는 족탈불급이다. 이른바 우리나라 건축사에서 건물활용도의 신화를 남기고 있다.
비결이 뭘까. 어째서 대구 토종자본으로 건립된 씨네시티 한일이, 보수적인 도시 대구에서 탁월한 경영성과를 보이며, 연일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것일까. 답은 바로 사람에게 있다. 한일그룹 소유주인 연제현 회장과 전문 경영인인 김창대 사장의 찰떡 궁합, 윈윈 전략에 있다.
◇ 업무빌딩에서 다중복합건물로 성격 바꿔 적중
김 사장이 극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벌써 40년이 다되어간다. 연제현 한일그룹 회장이 총무부장으로 스카우트 한뒤, 씨네시티 한일의 총괄경영을 맡겼다. 그렇다고 감놔라, 배놔라 하지도 않는다. 소유주는 모든 것을 믿고 맡겼고, 월급 사장은 진심을 다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투명하게 경영한다.
연 회장이 IMF때 구 한일극장을 뜯고 씨네시티 한일을 새로 지으면서 김 사장에게 맡기자 김 사장은 공사기간 8개월간 현장에서 먹고 잤다. 인부들이 퇴근해도 건물을 돌아보며, 현장 구석구석을 손봤다.
"주인이 현장에 있으니 인부들이 안전수칙을 잘 지키고, 소소한 문제가 발생해도 즉각 조처되니 그만큼 공기도 줄어들고 공사비 부담이 줄어들었지요."
건물의 성격을 규정지을때도 그냥 시키는대로 하지 않고, 소유주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면서 활용도를 높이도록 건의했다. "처음에는 호경기여서 업무시설을 지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주변을 탐색해보니 대우빌딩, 동양화재빌딩, 알리안츠, 조선생명, 동양그룹 등이 전부 업무용 빌딩이었어요. 그래서 비상이사회를 소집하고, 건물의 성격을 바꾸자고 건의드렸어요. 영화관을 짓되, 단일 업종 보다는 다양한 업종을 넣는게 좋을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요."
◇ 패션몰과 영화관이 복합된 건물의 전국 붐 주도
젊은이들이 변화를 좋아하고, 사회 흐름이 다양해지니, 푸드뱅크 귀금속 헤어숍 오락실 패션숍 레스토랑 등이 다 들어가야한다고 적시한 김 사장의 안목은 적중했다. 씨네시티 한일이 영화관과 패션몰이 접목된 최초의 건물로 성공한뒤, 전국적으로 다중복합건물의 신축붐이 일고 있다.
사실 씨네시티 한일 건물은 억수로 운좋은 건물이기도 하다. IMF 이후 대구시가 1차 순환선내 건물의 용적률을 44%에서 66%로 짓도록 30년 만에 조례를 변경한 이후 처음으로 들어선 건물이다. 교보빌딩보다 한일로로 7m50, 동성로로 3m나 더 나와있고, 2002년에는 대구시 아름다운 건축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 탁아소 넣고, 친절하게 돌봐야죠
"젊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와서 놀 수 있는 광장을 많이 만들어주어야 자주 찾지요. 앞으로는 젊은 부부들을 위한 육아나 탁아시설을 갖추고, 샤워시설이나 찜질방까지 넣을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자동차 판매장까지 유치하는게 목표죠."
건물이 아무리 좋아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딱딱하고 불친절하면 두번 다시 발걸음하고 싶지 않다. 서비스 기능이 큰 만큼 김 사장은 한달에 한번씩 직원들을 대상으로 외부 기관에 의뢰하여 친절교육을 실시한다.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6~7층에 4개의 영화관을 더 넣어 총 11개로 늘어났고, 심야영화도 계속된다. 야간 근무에 대해 직원들의 불만이 있을법한데, 이곳에는 그런 법이 없다.
"현대사회는 종업원이 왕입니다. 고객이 왕인 것은 당연지사이지만 종업원이 업무에 만족하지 않으면 고객에게 상냥하게 대할 수가 없습니다." 김 사장이 늘 종업원 만족을 염두에 두는 이유다.
◇ 종(縱)으로 횡(橫)으로 열린 조직
초복이던 지난 15일 뜨거운 땡볕이 내려쪼이는 씨네시티 한일 입구. 경비 아저씨가 종이를 갖고 다니며 금방 행인들이 뱉아버린 껌을 떼고 있다. 그러고 보니 한강이남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닌다는 씨네시티 한일앞의 대리석 보도에는 꺼멓게 눌러붙은 껌자욱이 하나도 없다. 말갛다. 바로 옆의 동성로 대로변에는 꺼뭇꺼뭇한 껌자국들이 눌러붙어있어 대조를 이룬다. 씨네시티 한일은 최말단 직원조차 회사를 아끼니 아무리 많은 사람이 지나다녀도 언제나 청결하다. 시설은 청결하고, 각종 입점 점포는 아이디어를 개발해내니 상승효과가 자꾸 넘쳐난다.
씨네시티 11개 영화관 가운데 단 한관이라도 만원이 되면 전 직원이 만원사례비(월 5만~10만 원)를 받고, 점심시간에는 한식, 양식, 분식, 씨엘 등 4개 지정점에서 공짜로 점심을 먹을 수 있다. 야간근무는 별도로 여비를 확실하게 지급한다. 깔끔하게 제대로 대우해주니 종업원도 사장도 대만족이다.
◇ 식사를 함께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죠.
"점심때는 항상 직원들과 같이 먹는다"는 김 사장은 식사를 같이 하면서 회사에 대해서 어려운점, 고쳐야할 점, 좋은 아이디어를 듣는다. 직원들은 누구나 사장에게 직언할 수 있는 언로가 틔어있으니 뒤에서 까탈부리거나 트집잡는 일이 없다. 항상 문제가 있는 곳에 문제를 들어주는 사장이 있고, 직원-사장이 합심하니 어떤 어려움도 풀지 못할게 없다. 이른바 신경영이다. 직원(120명)의 생일이 되면, 김 사장이 직접 케이크를 들고가서 악수하고 등을 두드려주며, 회사를 부탁한다. 주인의식을 심는 것이다.
요즘 김 사장은 방계회사인 수성관광호텔을 재단장할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수성관광호텔에는 아울렛매장과 워크힐식 주거시설을 건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
씨네시티한일 빌딩신축과 11개 영화관 및 600개 점포를 성공적으로 꾸리고 있는 김 사장은 "오너인 한일그룹 연제현 회장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가 밑바탕이 되고 있다고 공(功)을 돌린다.
글·최미화 편집위원 magohalmi@imaeil.com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jhchu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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