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관리공단 성공 사례
대구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직원들은 지난 4월 이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하던 일에다 덤으로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은 탓이다. 새로운 임무는 요즘 표현을 빌리면 '생뚱맞았다'. 어르신들에게 일터를 찾아주는 작업이 직원들에게 새로 떨어진 업무.
업체를 직접 찾아다녀야 해결되는 임무여서 몸과 마음이 모두 고되다. 처음엔 "말도 안 된다"며 비웃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들의 수고는 조금씩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벌써 29명입니다
김종상 성서관리공단 상담실장은 3개월만에 5명의 어르신들에게 일터를 마련해줬다. 삼보모터스, 덕진섬유, 한국금속 등 성서공단내 업체들이 김 실장의 '호소'를 받아들인 것이다.
"처음엔 사장님들이 딱 잘라 안된대요. 경비로 일하게하는 것은 몰라도 제조현장에 투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한결같이 말씀하시더군요. 자꾸 찾아가서 설득을 했죠. 여러번 발품을 팔며 사장님들을 설득하니까 결국에 들어주시더군요." 김 실장은 처음엔 1명도 취업시키기 어려울것 같더니 시간이 가면서 상황이 달라지더라고 했다. 자신도 놀랄만큼 취업이 잘된 것. 결국 자신감을 갖게됐다고 했다.
김 실장을 포함, 성서관리공단 및 성서환경사업소 과장급 직원 10명이 '어르신 취업 전담팀'으로 활약하고 있다. 성서관리공단이 4월18일 대구 달서시니어클럽과 사회공헌협약을 맺고 '어르신 취업'에 성서공단이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한 뒤부터다.
이달 현재 취업실적은 29명. 이미 21명의 어르신들이 일터에서 열심히 뛰고 있고, 이달 안에 8명의 어르신들이 추가로 일자리를 얻을 예정이다. 달서시니어클럽이 확보하고 있는 노인 인력풀은 300여 명. 성서공단 '노인 취업 도우미들'의 손에 300여 명의 새로운 삶이 달려있는 것이다.
성서공단 취업 도우미들은 올해 100명의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1명의 도우미가 10개의 일자리를 찾아내야한다. 모두들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빈 시간만 생기면 업체로 뛰어다닌다.
◆근무성적 좋습니다
도우미들은 일자리를 먼저 찾아간 어르신들 덕분에 일자리 찾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했다. 너무 일을 잘해 기업인들이 후회는 커녕 크게 만족하고 있다는 것. 일부 업체 관계자들은 "어르신들이 일 잘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직접 홍보해야겠다"는 말까지 내놓고 있다.
어르신들은 우선 시간을 잘 지키고 있다. 일부 젊은 직원들이 가끔 지각하는 것때문에 업체 관계자들이 애타는 적이 많은데 어르신들은 그런 일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작업 능률도 젊은 사람 못지 않다는 평까지 나오고 있다. 여두용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이 경영하는 태창공업. 이 곳에서 일하게된 63세의 어르신은 단기간에 젊은 직원의 작업 효율을 따라붙었다. 전기용접 후 무거운 제품을 끄집어내는 공정에 투입된 이 어르신은 취업 1주일만에 하루 2천 개의 작업성과를 냈다. 기존 직원과 비교할 때 불과 200개 차이가 날 뿐이었다.
"사장님들께 취업 권유를 해보면 제일 걱정스러워하는 부분이 산업재해입니다. 어르신들의 기력이 젊은 사람보다는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일하다가 다칠 확률이 높다는 것이죠.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습니다. 일부 어르신들은 운동하신다며 걸어서 회사에 나오는 분도 계십니다." 도우미들은 어르신들에 대한 선입견부터 떨쳐버려야한다고 했다.
◆일자리 반드시 필요
제조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어르신들은 절대 다수가 60대다. 급여는 월평균 70여만 원이 보장된다. 그리고 국민연금을 제외(60세 이상은 국민연금 가입이 안되기 때문)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건강보험 가입혜택을 준다. 특히 어르신들에게 건강보험 혜택은 큰 힘이 되고 있다.
"왜 일하시냐고 여쭤보면 취미로, 재미삼아 한다고 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어르신들이 생계를 위해 새 일자리를 찾는다는 거죠. 자신의 생활은 스스로 꾸려나가겠다는 생각인 것 같아요. 자식들에게 기대겠다는 마음은 처음부터 먹지 않았답니다." 도우미들은 어르신들의 일자리는 절박한 문제라고 했다. 때문에 어르신들은 때로 일 욕심을 많이 내기도 한다는 것. 잔업을 자청하기도 하고 회사에서 "나가라"고 할까봐 전전긍긍하는 때도 많다.
계속된 불경기는 어르신 일자리 사업의 최대 걸림돌이다. 경기가 너무 가라앉아있어 일자리를 주고 싶어도 일감이 없어 어렵다고 제조업체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얘기하고 있다.
"그래도 찾아나서야합니다. 어르신들이 산업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틈새 작업을 잘 파고들면 일자리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도우미들은 '연내 100명 취업'을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했다. 어르신 일자리 문의 053)593-8310.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사진: 성서관리공단 직원들이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제조현장에서 찾아보겠다며 도우미로 나섰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이 사업을 시작, 30명에 육박하는 어르신들에게 일터를 찾아줬다.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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