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늘푸른 야학교 교사들

입력 2005-07-09 09:55:33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룰수 있습니다'

"지금 자면 꿈꿀 수 있지만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김천 늘푸른 야학교 강국원 교장을 비롯한 32명의 자원봉사 교사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말이다.

지난 6일 오후 8시 김천시 남산동의 김천 늘푸른 야학교. 8평 남짓한 4개 교실 공간들은 늦깎이 학생들의 향학 열기로 뜨거웠다. 한글 및 초등반 40명, 중·고등반 50명이 만학의 길을 걷고 있다.

연령은 30~50대가 절반, 나머지는 10대와 60·70대 노인들이다. 월~금요일까지 오후 7시부터 3시간 동안 계속되는 수업은 32명의 자원봉사 교사들이 맡는다. 봉사자들 중 김천지역의 현직 교사가 20명, 나머지는 퇴직 교사 및 직장인들이다.

이들의 봉사는 평균 3년째. 강국원(45) 교장은 "전국 170여 야학교 중 상당수는 대학생 교사로 운영된다. 그런데 김천은 현직 교사가 20명이나 되는 점이 특징이자 자랑"이라고 말했다.

야학교 개교 멤버로 중등반 기초영어를 5년째 맡고 있는 김명식(46·한일여고 영어담당) 교사는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자원봉사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수 십 년 동안 배움에 주린 탓인지 학생들이 열의가 굉장해 진도가 무척 빠르고 질문도 많아 가르치는 재미가 일반 학교보다 더 쏠쏠하다"고 했다.

지난 2000년 4월 문을 연 이곳 야학교는 그동안 85명이 중·고등 과정을 졸업했고 이중 12명은 대학에 진학했다. 합격증을 쥐진 못했더라도 야학교를 거쳐간 학생은 300여 명에 달한다.

최근 야학교가 거둔 큰 결실은 2003년말 개설한 한글반 학생 40명 중 최고령인 신태남(74) 할머니를 비롯해 20명이 한글을 떼고, 이중 10명이 초등과정으로 진학한 것. 특히 10명 중 6명은 지난 5월 초등학교 졸업자격시험(9개 과목)에 3~5개 과목씩을 합격해 올 연말 쯤엔 거뜬히 졸업할 것이란 기대에 차 있다.

야학교에는 이경엽(45) 김천 남산신경정형외과 원장 등 여러 후원자들이 있지만 운영이 늘 빠듯해 강 교장이 사비를 보탤 때가 많다. 강 교장은 "우리나라 문맹률은 성인 인구의 20%에 달하지만 농촌에선 이들을 위한 교육공간과 프로그램이 절대 부족하다"고 말했다. 054)437-0722. 김천·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사진 : 김천 늘푸른야학교의 교사들(왼쪽으로부터 김희성·김명식 교사, 강국원 교장, 정성춘·홍기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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