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의 한자-신사임당 홀어머니에 대한 정 담겨

입력 2005-07-05 10:52:18

回首北平時一*望(회수북평시일망)白雲飛下*暮山靑(백운비하모산청)

머리 돌려 북평 땅을 때때로 바라보니

흰 구름만 저문 산을 날아 내리네.

- 신사임당〈喩大關嶺望親庭(유대관령망친정)〉중에서

신사임당은 시·글씨·그림에 능하였던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여류(女流) 예술가로서, 조선시대의 대표적 학자이며 *經世家(경세가)인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다. 강원도 강릉 사람으로 사임당(師任堂)은 중국 고대 주나라 문왕의 어머니 태임(任)을 존경하여 스승(師)으로 삼아 본받다는 뜻에서 지은 것이다.

호에서 알 수 있듯 사임당은 자녀 교육에 힘써 네 아들과 세 딸을 진정한 사랑으로 키웠으며, 어릴 때부터 좋은 습관을 가지도록 엄격한 교육을 하였다. 사임당의 자애로운 성품과 행실을 이어 받은 7남매는 저마다 훌륭하게 성장하여, 모두들 인격과 학식이 뛰어났다고 전해진다.

외할아버지 사온이 사임당의 어머니를 아들잡이로 여겨 출가 후에도 계속 친정에 머물러 살도록 하여 사임당도 외가에서 생활하면서 교양을 갖추었다. 그가 교양과 학문을 갖춘 예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천부적인 재능과 더불어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북돋워준 좋은 환경이 있었다.

사임당은 일찍부터 유학의 경전과 명현들의 문집을 탐독하여 시와 문장에 능하였다. 글씨와 그림에도 뛰어났는데 7세 때 안견을 *私淑(사숙)하여 그림에 재능을 보였다. 한 번은 벌레 그림을 그려 말리려고 내놓았는데 닭이 진짜 벌레인줄 알고 와서 쪼았다는 일화가 전한다.

19세에 이원수와 결혼하였는데 사임당은 그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아들 없는 친정의 아들잡이였으므로 남편의 동의를 얻어 시집에 가지 않고 친정에 머물렀다고 한다. 남편과 같이 살게 된 후로도 친정어머니를 못 잊어 강릉에 가서 살기도 하였으며, 훗날 율곡이 자신의 어머니 사임당을 회상하면서 '어머님 행장기'에 이런 글을 남겼다.

'어머님께선 늘 북평 친정댁을 그리워하셨으며, 깊은 밤 고요할 때는 항상 외할머님이 그리워 눈물 지으셨습니다. 어느 때는 밤을 꼬박 새우신 적도 있었습니다….'

시어머니 홍씨 부인을 모시게 되어 다섯 남매를 앞세우고 북평(강원도 강릉) 땅에서 한양으로 향하는 길에 대관령을 넘으면서 지은 위의 글을 보면 홀로 계신 어머니에 대한 애끊는 정이 묻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료제공 : 장원교육 한자연구팀

■ 한자풀이

望(망) : 바라다

暮(모) : 저물다, 해 질 무렵

經世家(날 경, 세상 세, 집 가) : 세상을 다스리는 사람

私淑(사사로울 사, 맑을 숙) : 존경하는 사람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을 수는 없으나 그 사람의 인격이나 학문을 본으로 삼고 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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