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 참극의 현장 530GP

입력 2005-06-22 09:18:20

피비린내 코 찔러…침상·모포·베개 '뻥' 뚫려

'총기난사 참극'이 발생한 경기도 연천군 중부전선 530GP(前哨) 내무반은 사건 발생 3일 지난 21일까지도 피비린내가 코를 찌르는 끔찍한 비극의 현장이었다.

주인을 잃은 시계와 깨진 형광등 조각, 침상 위에 어지럽게 널려진 매트리스와 모포, 베개 등이 참극 발생 당시의 끔찍한 '생지옥'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10여 평 남짓한 내무반 바닥과 침상 곳곳에는 수류탄 파편과 실탄에 맞아 사망한 희생자들이 흥건히 흘렸던 피가 그대로 말라붙어 있었다.

희생자들이 쓰러졌던 자리에는 혈흔의 형태를 따라 수사팀이 뿌려놓은 흰색 스프레이와 함께 희생자들의 이름을 적은 A4용지가 붙어져 있었다.

가장 처참한 현장은 김 일병이 수류탄을 던져 가장 처참하게 희생을 당한 박의원 상병이 누워 있던 자리로 매트리스와 모포는 피가 범벅이 된 채 침상과 함께 폭발로 인해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군 수사관계자는 "사건 직후 현장을 검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박 상병이 폭발 충격의 50∼60%를 흡수했다"고 전했다.

또 희생자들의 개인 물품을 보관하는 관물대에는 연인, 또는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만 덩그러니 붙어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수류탄 폭발 지점 부근의 천장에는 형광등이 박살나고 수류탄 파편으로 파손된 흔적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내무반 입구 바닥에서는 이 자리에서 숨진 차유철 상병의 군번줄(인식표)이 주인을 잃고 피범벅이 된 채 발견돼 가슴을 찡하게 했다.

소초장 김종명(26) 대위와 조정웅(22) 상병이 각각 숨진 내무반 건너편 체력단련실 겸 휴게실과 취사장도 1∼2㎝ 크기의 총탄 흔적이 남아 있는 등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5m 정도 폭의 복도를 사이로 내무반 건너편에 자리한 5, 6평 남짓의 체력단련실에는 5, 6군데의 혈흔이 남아 있어 김 대위가 피격된 후 고통 속에서 몸부림쳤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북한군 초소와 불과 수 백m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530GP는 국방색 얼룩무늬가 그려진 단층 콘크리트 건물로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매캐한 냄새가 진동해 1970,80년대 창고를 연상케 했다.

이날 현장방문에 동행했던 한 장교도 "GP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GP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정말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며 혀를 찼다.

원래 근무를 섰던 GP 소대원들은 사건 이후 다른 병사들과 전원 교체된 상태.

교대병력들이 이 GP에서 근무를 서고 있지만 사건 현장 보존을 위해 GP 건물내 출입이 금지돼 이들 병력은 옥상에서 텐트생활을 하고 있었다

취재진이 옥상에 올라가자 이들 병력은 천막에 설치한 매트리스에서 일어나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봤으며 경계병들도 총기난사로 인한 여파 탓인지 상당히 긴장된 모습이었다.

일단 투입되면 보통 3개월 정도 근무를 서다 교대병력과 교체하는 최전방 GP는 적과 대치하며 긴장되고 단조로운 근무로 인해 '육지의 섬'으로도 불린다.

이날 GP 방문에는 사건 당시 김 일병의 총격을 받았지만 위기를 모면한 후임 소초장 이모 중위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교대병력을 받아 현재도 GP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 이 중위는 사건 당시의 참혹함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 채 "TV는 내무반이 아닌 체력단련실에 있다"는 짤막한 답변만 했다.

(연합)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