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관룡산·관룡사

입력 2005-06-08 10:54:33

오솔길…아찔 경사…700m 산길 '백미 만끽'

대구시내 어디서든 1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창녕은 곳곳에 문화유적과 관광자원이 즐비하다. 국보 2점 등 국가지정 문화재 18점에 경남도 지정문화재만 해도 50여 점에 이른다. '전통문화의 고장'이라는 자랑이 과장이 아님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경남지역의 경주'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이는 관룡산(750m) 산자락에 포근하게 들어앉은 관룡사를 찾으면 실감할 수 있다. 관룡사에는 11개의 건물, 석탑, 석불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이 중에서도 여행객들의 마음을 단번에 낚아채는 것은 용선대의 석조석가여래좌상(보물 제295호)이다.

관룡사에서 용선대 석불까지는 700m. 15분 거리이지만 산길이 전혀 지겹지 않다. 포근한 오솔길이다가 가파른 나무계단이 이어지기도 하고 산사태 지역에선 아찔한 맛도 보여준다. 희한하게도 쉬어갔으면 싶을 때 눈앞에 집채만한 너럭바위가 나타난다. 용선대다. 사바와 극락사이의 번뇌의 세상을 용이 이끄는 배를 타고 건넌다는 '반야용선(般若龍船)'에서 따왔다.

용선대로 오르는 마지막 길은 쉽지않다. 하긴 온갖 번뇌를 떨치고 용이 이끄는 배를 탄다는데 이 정도 가파름이 문제될 리 없다.

편편한 바위 위에 편안한 모습의 부처님이 관룡사를 향해 정좌해 있다. 그렇게 천년의 세월동안 사바세계의 중생들을 용선에 태워 극락세계로 인도해왔다. 그동안 세월의 무게가 더해져 얼굴이며 몸 전체에 흰 이끼가 덕지덕지 붙었다. 용선대 불상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관룡산 정상 쪽으로 20여m 위쪽에 있는 바위 위에 올라야 한다. 산 아래 옥천계곡과 올망졸망한 능선을 법당으로 삼아 사바세계를 지켜보는 부처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용선대의 불상을 두고 이곳 토박이들은 '팥죽부처'라고 부른다. 팔공산 갓바위처럼 한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며 동짓달이면 소원을 빌기 위한 행렬이 줄을 잇는다.

▶볼거리=입구의 돌장승 한 쌍과 돌로 쌓아올린 일주문을 눈여겨 봐야 한다. 마주보고 있는 돌장승은 자칫 지나치기 쉽다. 왕방울 눈과 큰 코가 제주도 돌하루방을 닮은 듯 하면서도 소박한 모습이다.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올 만큼 금세 친근해진다. 경남도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차가 다니는 큰 길을 두고 솔밭 속의 길을 따라 가면 자연스러운 돌계단이 나타난다. 이 돌계단 위에 있는 관룡사 일주문이 특이하다. 여느 절의 일주문과 달리 자연석을 쌓아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 위에 기와를 얹어 지붕을 만들었다. 크기도 크지않아 한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다. 돌계단과 어울려 아담한 풍경을 보여준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관룡사와 뒤쪽 구룡산 병풍바위가 어우러진 환상적인 경치를 볼 수 있다. 약사전과 대웅전, 약사전 안의 석조여래좌상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또 관룡사 사적기와 약사전 삼층석탑은 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됐고 원음각과 관음사 석등, 미륵존불상, 부도 등은 도문화재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즐길거리=관룡사와 용선대 석불을 제대로 둘러보는 방법 중 하나는 관룡사 뒤편 병풍바위 쪽을 올라보는 것이다. 이곳은 전문산악인들이 암벽등반 교육을 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을 만큼 산세가 험하다. 그러나 관룡사 뒤쪽의 암자인 청룡암에 오르면 병풍바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관룡사-청룡암-정상능선-관룡산 헬기장-용선대 석불-관룡사 코스를 돌아오는데 1시간 30분 가량 걸린다. 암릉산행이 만만찮다. 관룡사 입구 옥천매표소에서 관룡사-용선대석불-관룡산-화왕산성 동문-용지-억새평원-자하곡매표소-창녕 구간은 3, 4시간 코스다.

▶먹을거리=관룡사 아래 옥천저수지가 바로 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소금강(055-521-2305)' 식당은 한우갈비살과 등심, 오리불고기를 주로 낸다. 주인 나름대로의 노하우로 고른 고기맛이 남다르다. 하지만 이 식당의 별미는 쌈으로 내놓는 명이나물이다. 명이나물은 울릉도에서만 나는 특산물. 이 식당에선 1년 정도 명이나물을 숙성시킨 후 살짝 얼려서 고기쌈용으로 내놓는다. 이 집의 단골들은 명이나물에 반한 사람들이다.

창녕군 문화공보과=055)530-2236, 관룡사=055)521-1747.

글·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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