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옥 대구외국어고 교장에게 고교 영어 시험이나 수능 영어 시험에 대해 가이드를 해줄 만한 사람을 물었더니 두말 않고 가리키는 이. 몇 마디 질문 던졌더니 "다 아는 얘기인데…" 하면서 술술 풀어가다가 "글로 써서 답했으면 좀 더 논리정연할텐데" 하며 되짚는 모습이 유창성과 정확성을 추구하는 영어 교사다운 이. 조종기(42) 대구외국어고 교사의 영어 공부에 대한 관점은 쉬우면서도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 수능 영어 시험 문제가 너무 쉽다고들 하는데
- 6차 교육과정까지는 공통영어 수준에서 출제됐기 때문에 중학생들 가운데 영어 좀 하는 학생들도 만점 받을 정도였다. 그러나 7차 교육과정 적용 이후에는 당장 어휘부터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구문의 수준이 높아지고 문법 비중이 커진 것도 달라진 점이다.
△ 지난 1일 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는 어땠나
- 작년 수능 출제 때 탈락된 문제들로 보인다. 보통 출제위원들이 300문제 정도를 출제해 그 가운데 50문제가 나오는데 거기서 남은 것들이다. 두세 문제 난이도가 있었으나 대체로 평이한 수준이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수능에서도 EBS 교재에서 출제되는 비중이 적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여럿이 눈에 띄었다. EBS 교재 가운데 소재가 참신한 문제는 반드시 표시해 두었다가 반복해서 볼 필요가 있다.
△ 중'고교 영어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 교육부는 지속적으로 듣기와 말하기 위주로 영어교육 시스템을 바꾼다고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선 문법과 독해력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세미나 같은 데 가면 대학 교수들이 학생들의 원서 해독능력이 너무 떨어진다고 불만을 많이 털어놓는다. 대학 진학 이후까지 생각한다면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하다.
△ 수능 듣기평가도 있고 영어 면접도 예상되는데
- 수능 듣기는 학생들이 흔히 접하는 문제집 수준이므로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다. 관건은 귀가 뚫려야 한다는 점인데, 이를 위해서는 매일 규칙적으로 시간을 투자해 듣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논술이나 면접 등 심화형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평소 영자신문 기사나 사설, 유명 연설문 등을 읽고 듣는 훈련을 해야 한다. 단기간의 학습을 통해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으므로 꾸준한 시간 투자가 필수적이다.
△ 문제 풀이에도 노하우가 있나
- 학습량이 많으면 잘 풀 수 있는 것은 변함없는 진리다. 대개 영어 시험에서는 난이도가 낮은 문제가 앞에 오는 경향이 있다. 앞에서부터 풀어나가다가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뛰어넘었다가 나중에 푸는 것은 다른 과목과 큰 차이가 없다. 많은 지문 때문에 시간 부족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평소 연습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 지문이 길거나 복잡한 문제들이 골칫거린데
- 수능 영어의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내용 일치 문제가 늘었다. 예년에는 한두 문제였는데 작년에는 4문제가 나왔다. 세부 정보를 찾는 문제라면 선택지를 보고 푸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런데 주제와 요지 찾기 문제는 개념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주제는 지문에서 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것인데 비해, 요지는 필자가 이 주제에 대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를 묻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역시 반드시 두 개 이상 나오므로 정확한 개념을 잡아둬야 한다.
△ 초'중학교 때의 회화 중심 영어와 수능 영어는 많이 다른데
-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회화 영어를 해오던 학생들은 문법 등의 룰이 내재되지 않았을 뿐이므로 시간이 지나면 절로 적응한다. 회화 영어와 수능 영어의 차이는 유창성과 정확성 가운데 어디에 비중을 두느냐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중'고교의 학교 교육은 아무래도 정확성의 비중이 높다. 그렇다고 단순한 암기형은 없다. 문법이든 어휘든 실용적인 내용과 독해가 중시된다.
△ 영어 공부를 꾸준히 잘 하는 방법이 있다면
- 일단은 영어를 좋아해야 한다.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언어 자체에 흥미를 붙이기 어렵다면 음악이나 영화 같은 데 관심을 갖고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것도 좋다. 외국어도 모국어를 배우는 것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모국어를 배웠던 과정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학원이나 교재 선택은 어떻게 하나
- 학원에 가서 영어 회화를 많이 한다고 영어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다. 학원에 가지 않더라도 많이 읽고 들으면 누구나 충분히 영어 실력을 올릴 수 있다. 교재 역시 유행에 따라가지 말고 자기 취향이나 관심에 맞는 것을 골라 꾸준히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 조종기 대구외국어고 교사는 경북대 영어교육과를 나와 1987년에 교직에 투신했으며 대구외국어고에 5년째 근무중이다. 그는 외국어 학습에서 정확성과 유창성 모두 중요하지만 시험 대비를 위해서는 정확성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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