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재건축 추가부담금 잇단 분쟁

입력 2005-06-03 10:56:05

아파트 재건축 조합과 조합원, 시공사 간에 공사 추가부담금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시공사는 사업 수주 이후 늘어난 공사비용과 수익하락을 조합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조합원들은 가구당 수천만 원에 달하는 추가부담에 반발하고 있어 사업 지연에 따른 소송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일부 재건축아파트에서는 조합 내분까지 일어나 진정·탄원이 잇따르고 있다.

◇"더 내라" "못 준다", 소송 잇따라

달서구 성당주공아파트 1·2단지(2천700여 가구) 일부 재건축 조합원들은 지난달 31일 달서구청에 시공사 측이 제시한 추가부담금의 부당성을 고발하는 청원을 냈다. 성당 재건축은 대구지역 최대 규모. 공사비만도 1조여 원에 달한다. 이들은 지난 3월 말 조합 총회에서 추가부담금을 확정한 관리처분에 대한 무효소송을 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500여 명에 달하는 '성당주공을 사랑하는 모임' 소속 조합원들은 청원서에서 "현 조합장·임원과 시공사 측이 가계약을 해 가구당 평균 2천여만 원, 총 560억 원에 달하는 추가부담금을 요구하고 있다"며 시공사의 책임을 지적했다. 한 조합원은 "재판에서 지면 수천만 원의 부담금을 내야 할 판인데 대부분 조합원들이 이 같은 부당함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현 조합과 시공사 측은 지하주차장 확보율이 110%에서 140%로 늘어났고 지역난방으로 바뀌어 관로 설치비용이 더 들고 교통영향평가 이후 용적률이 깎여 조합원의 추가부담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천800여 가구에 달하는 서구 평리4동 신평리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와 추가부담금 규모를 놓고 한창 협상 중이다.

지난해 12월 말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나서 당초 1천998가구에서 1천819가구로 가구수가 줄고 용적률이 300%에서 280%로 낮아진 데 따른 움직임이다. 조합 측은 "가구당 추가부담금이 3천600여만 원으로 추산되는데 시공사 측은 공사수익을 다소 줄이더라도 조합원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성구 황금동 우방1차 재건축 아파트(510여 가구)도 내분에 휩싸여 있다. 400여 명의 조합원들은 아파트 앞에 현수막까지 내걸고 추가부담금 반대 탄원서를 접수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전 조합장과 일부 임원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 조합원은 "시공사 측이 지난 2003년 5월 재건축 동의 결의서를 받으면서 조합원들에게 추가부담금이 발생하지 않는 '확정지분제'를 약속해 놓고 실제 계약내용은 '변동지분제' 조항을 삽입, 가구당 수천여만 원의 추가부담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열을 냈다. 이 아파트 경우 당초 지난 1, 2월쯤 이주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아직까지 사업승인도 받지 못하는 등 재건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추가부담금 분쟁, 왜 일어나나?

추가부담금 분쟁이 일어난 재건축 아파트들은 2003년 7월 발효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하 '도정법') 이전 주택건설촉진법(이하 '주촉법') 시기에 재건축을 시작했다. 대구시내 경우 현재 사업시행인가 통과된 재건축 아파트 35곳 중 9곳이 이에 해당된다.

주촉법하에서는 사업시행인가 이전에 조합이 시공사를 선정, 재건축을 추진하다 보니 막상 1, 2년 후 인·허가 단계에서는 당초 조합과 시공사가 계약한 용적률, 주차장·도로 면적이 늘어나거나 물가 인상에 따른 공사비용 증액이 허다했다. 추가부담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 현행 도정법은 이러한 추가부담 분쟁이 발생할 여지를 없애기 위해 인·허가 단계에서 시공사를 선정토록 하고 있다.

◇분쟁 잇따라도 뾰족한 대안 없어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간 추가 부담금 분쟁에 대해서는 협상이나 소송 말고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다. 건축행정 당국도 분쟁을 중재하기 힘든 입장이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추가 부담금 분쟁은 당초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높은 보상비를 제시한 시공사 측에도 책임이 있다"며 "높은 보상비가 당장 조합원에게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분쟁이 발생하면 오히려 조합원을 옥죄는 족쇄가 된다"고 지적했다.

한 정비전문관리업체 관계자는 "결국 원만한 재건축 진행을 위해서는 시공사가 보다 정확한 공사비를 산정, 분쟁 여지를 막든가 수익을 양보해 조합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사진: 지난달 31일 오후 대구 황금동 우방1차 재건축 아파트 일부 조합원들이 시공사 측이 요구하는 추가부담금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탄원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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