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새만금간척 중단, 아직도 늦지 않았다

입력 2005-06-02 08:36:48

정부가 6월 중에 새만금갯벌 간척사업으로 생기는 간척부지 8천560만 평의 용도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사코 농지로 개발하겠다던 주장은 온 데 간 데 없고 산업과 도시부지를 포함한 복합단지 개발안이 대안의 주류를 이룬다.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주장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식량안보시대의 쌀 생산기지를 만들겠다던 사업 목적이 제대로 관철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사실 거의 없었다.

저러다 때 되면 돈 되는 산업용지로 개발하겠다며 땅장사에 나서겠지라는 것이 일반의 생각이었다.

한 치 틀림없이 사람들의 생각처럼 정부의 입장은 변화했다.

이유인 즉은 논으로 개발하면 수지타산이 맞질 않는다는 것이다.

남한 면적의 300분의 1인 거의 1억평 가량의 갯벌이 흔적도 없이 국토 생태계에서 지워지는 일이다.

그런 사업을 생태적 고려 없이 계획하고 실시했다가 문제가 생기니까 수정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 지난 세 정권이 판을 벌인 새만금간척사업은 정치적인 사업이었지 무슨 식량안보 대비 운운할 성질의 사업이 아니었다.

소외된 전북이 가진 개발의 한을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인 새만금갯벌을 희생시켜 풀어주자는 것이 진짜 목적이었던 것이다.

제발 합리적으로 문제를 되짚어보자는 환경단체의 목소리는 개발에 한 맺힌 지역 민심의 집중포화를 맞아야 했고, 얼토당토 않은 사업을 벌여 놓고는 그 때문에 논쟁이 붙은 시민환경단체와 지역사회의 시비를 자신들이 판결할 수 있는 양 행세한 것은 정부였다.

갯벌 생태계의 경제가치가 논의 경제가치를 초과한다는 논리는 그 자체로 숨쉬는 생명인 갯벌을 교환가능한 경제가치를 가진 존재 정도로 끌어내린 궁핍한 발상이었지만, 객관적인 사실임에는 분명하다.

이번에 복합단지 개발론으로의 선회는 이 사실을 입증한다.

논으로는 갯벌의 경제 가치를 못 넘어서니 복합용지로 가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변화는 올해 초 환경운동연합 환경법률센터가 제기한 새만금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 제3부가 '간척용도와 개발범위를 확정할 위원회를 국회나 대통령 산하에 두고 위원회의 논의가 끝날 때까지 방조제를 막지 말라'는 조정권고안을 내놓을 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더구나 서울행정법원 제3부의 조정권고안은 '새만금사업은 언론 보도와는 달리 방조제 공사 진척률로 사업의 진척을 논해서는 안 되며, 사실상 전체 공정의 50%에도 못 미치는 단계라고 밝히고, 일본의 이사하야만 간척사업이 94% 진척 단계에서 공사가 중지된 것을 볼 때 사업의 재검토는 늦은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 바 있다.

문제는 정부가 재판부의 심고원려에는 턱없이 모자란 함량 미달의 수정안을 대안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법률센터에 모인 시민사회의 집합적 의사와 지혜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

철회하는 것이 국가사회적으로 이익'이라는 것이었고, 재판부의 판단도 화옹호의 실패처럼 새만금호가 썩어버린다면 이는 단지 일개 국가사업의 실패가 아니라 국가의 실패가 될 터이니 갯벌을 살리는 판단을 하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정부의 선택은 갯벌을 원안보다 조금 덜 파괴할 터이니 대신 논이 아니라 복합산업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맹자는, 매일 이웃의 닭을 한 마리씩 훔치던 자가 그것을 지적받고는 그럼 훔치는 횟수를 한 달에 한번으로 줄인 뒤 내년에 그만 두겠다고 답하자, 화자의 입을 빌려 이렇게 꾸짖은 바 있다.

'잘못인줄 알면 즉시 그만둘 일이지 어찌 내년에 그만둘까?'

이미 갯벌을 논으로 바꾸는 일이, 국토의 가치를 국민의 혈세를 퍼부어 더욱 낮추는 것이라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그러면 당장에 간척사업을 중단하고 새만금갯벌을 살려야 할 일일지, 복합산업단지 개발론으로 슬며시 사업 목적을 바꿔치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 정부는 잘못을 알고도 이를 스스로 바로 잡지 못할 만큼 무력한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일본의 사법부와 정부가 해낸 일이다.

우리도 용기를 가지고 국토 생태계와 역사에 더 이상 참란한 개발지상주의의 허물을 씌우지 말자.최열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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