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홈쇼핑 세계로

입력 2005-05-14 10:40:53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홈쇼핑업체들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1995년 첫 방송을 내보낸 이후 올해 10년째를 맞은 홈쇼핑. 34억 원에 불과했던 시장규모가 2004년 4조 원으로 커졌다. 유통시장의 혁명적인 매체로 성장한 것이다.

그러나 2003년을 기점으로 홈쇼핑시장은 성장을 멈췄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외형적인 시장 확대는 정체됐다. 인터넷을 비롯한 온라인시장 활성화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홈쇼핑업계는 새로운 도약을 꾀하고 있다. 한국형 홈쇼핑모델로 중국에 진출, 글로벌화를 추진하는가 하면 위성DMB(디지털미디어방송)방송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본격적인 T-커머스를 준비하고 있다.

◆95년 첫 방송, 리모컨 10개 팔아

홈쇼핑이라는 새로운 유통형태는 미국에서 시작됐다. 1982년 HSN, 87년 QVC가 설립돼 홈쇼핑시대를 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 2차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업체(PP)로 한국홈쇼핑(전 LG홈쇼핑·현 GS홈쇼핑의 전신)과 39쇼핑(CJ홈쇼핑의 전신)이 선정된 게 시작이다. 첫 방송은 95년 8월.

GS홈쇼핑에서 첫 방송된 상품은 만능 리모컨이었고 주문량은 10개에 불과했는데 이것 역시 홈쇼핑 직원들이 구매했을 정도로 홈쇼핑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미미했다. 그러나 이제 GS홈쇼핑은 세계 3위의 위치에까지 올랐다.

홈쇼핑이 도약한 때는 외환위기 당시였다. 부도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에게 홈쇼핑은 유일한 활로였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케이블 TV 가입자와 신용카드 대중화도 밑거름이 됐다.

부도 위기의 중소기업이 줄줄이 '대박신화'의 주인공이 된 것도 이때다. '락앤락'이라는 밀폐형 주방용기 하나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선 하나코비는 GS홈쇼핑을 통해 시장을 장악했다. 이 제품은 2001년부터 3년 연속 베스트상품으로 선정됐다. 핸드믹서기 제조업체 '부원인터내셔날'과 스팀청소기 '㈜한영베스트' 등도 홈쇼핑을 통해 오프라인시장에까지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초기 홈쇼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납품을 꺼리던 기업들이 이제는 홈쇼핑에 진출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매달 홈쇼핑업체에 판매를 요청하는 중소기업이 적게는 500곳에서 많게는 1천여 곳에 달하지만 품질기준을 통과하는 업체는 20~30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처럼 홈쇼핑이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로 각광을 받자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서도 중소기업제품 전문 홈쇼핑채널 설립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홈쇼핑업계는 현재 TV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 상품 카탈로그 발송 등 3부문을 통해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전체 온라인 쇼핑시장에서 홈쇼핑은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옷 반품·교환율 40%

미국 홈쇼핑에서는 저가의 아이디어 상품이 주로 팔린다. 1천 달러가 넘는 상품은 팔리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정은 다르다. 김치를 비롯한 식품류와 생활용품뿐 아니라 수백만 원짜리 고가 대형 TV는 물론이고 1천만 원이 넘는 보석세트도 인기다. 최근에는 콘도회원권과 이민상품, 보험 등 무형상품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와 컴퓨터도 대표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홈쇼핑이 이처럼 단기간에 성장한 것은 우리 국민성과 홈쇼핑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용카드 등으로 미리 결제하고 상품은 나중에 받는 형태인데도 불구하고 거부감 없이 자리잡은 것은 '일단 사고보자'는 국민성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반품이 가능한데다 쇼핑호스트의 화려한 수사와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말을 반복해서 들으면 충동구매에 빠지기 쉽다.

이 때문에 반품률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평균 반품률은 20%를 웃돈다. 옷의 경우 교환을 포함할 경우 40%나 된다. 홈쇼핑업체마다 매일 수만여 건을 넘나드는 반품에 허리가 휘청거릴 정도다.

홈쇼핑의 꽃은 쇼핑호스트다. 탤런트와 아나운서 전문MC 등 풍부한 방송경력이 있는 쇼핑호스트들은 현란한 말솜씨와 다양한 상품구성으로 시청자들 구매욕구를 자극한다. 쇼핑호스트에 따라 매출이 달라짐에 따라 예전에는 업체마다 매달 판매실적 상을 주기도 했다.

그렇다고 매출이 전적으로 쇼핑호스트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시중에 비해 얼마나 저렴한지, 상품구성이 구매욕구를 얼마나 자극하는지, 방송시간대나 날씨에 따라 매출이 달라진다고 한다. 특히 공중파 방송에 따라 매출은 극과 극을 오가기도 한다. 이를테면 인기드라마 '대장금'이 방송될 때 홈쇼핑 매출은 거의 바닥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중국으로, 세계로!

홈쇼핑업계는 GS홈쇼핑과 CJ홈쇼핑이 1·2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현대홈쇼핑, 우리홈쇼핑, 농수산홈쇼핑 등 후발 3개 업체가 뒤쫓는 판도다. 이 가운데 농수산홈쇼핑을 빼고는 모두 중국에 진출했다.

현대홈쇼핑과 CJ홈쇼핑이 각각 지난해 중국 내 기업과 합작으로 홈쇼핑채널을 설립, 방송을 시작했다. GS홈쇼핑도 지난해 합작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4월 1일부터 충칭(重慶)에서 충칭TV와 손잡고 홈쇼핑방송을 시작했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중국인들 구매 행태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적지 않아 홈쇼핑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용카드 보급률이 높지 않아 상품을 인도받으면서 결제하는 방식이라는 점,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 등은 여기와 다르다.

홈쇼핑업체들이 이처럼 중국 진출에 사활을 거는 것은 이를 통해 동남아는 물론 미국 등 글로벌무대 진출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