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부상조(相扶相助)는 인류의 공동생활이 시작되면서 생겨났다. 로마시대의 '컬리지엄'은 국가나 도시의 공적 조직과는 별도 기능을 했다. 공통된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한편 구성원 간 친목과 상호부조도 돈독히 했었다. 중세 서유럽의 '길드'나 우리나라의 '두레' '품앗이'도 마찬가지였다. 근대적 보험은 바로 이러한 욕구의 변형이며, 우연한 사고의 발생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미리 소규모 부담금을 갹출해 모아 두었다가 사고를 당한 사람이 생기면 상당한 금액을 주어 보상할 수 있게 한 제도다.
◇ 그러나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이 제도가 악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제 기능 못지않게 역기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제 '세일즈맨의 죽음'은 고전(古典)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공할만한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세상이다. 이 때문에 선의의 보험 가입자는 그저 '봉'이 될 정도로 '악의(惡意)가 선의(善意)를 구축'하는 세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남편'어머니'오빠 등의 명의로 보험에 가입, 이들을 차례로 실명(失明)케 한 뒤 5억9천만여 원의 보험금을 타낸 20대 여성이 경찰에 구속됐다. 전직 보험설계사로 마약 중독자인 이 여인은 남편과 재혼한 남편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오른쪽 눈을 핀으로 찔러 실명케 하는 같은 수법을 썼다. 어머니에게도 그랬다. 오빠는 아예 양쪽 눈이 다 멀도록 만들었다.
◇ 더구나 첫 남편에겐 실명 뒤에도 흉기로 복부를 찌르는 등 상해를 입혀 숨지게 한 뒤 자해(自害)로 가장, 2억8천만 원의 보험금을 타내기까지 했다. 두 번째 남편도 눈 치료 중 합병증으로 사망했으며, 마약을 사기 위한 범행은 끝없이 이어졌다. 올해 1월에도 자신과 어머니'오빠'동생이 함께 살고 있는 집에 불을 질러 동생에게 화상을 입히기도 했다. 이 어찌 '인간의 탈을 쓴 악마'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 요즘 부쩍 늘어나는 보험 범죄는 우리 사회의 그늘진 현주소를 단적으로 말한다. 어쩌다 이 지경이 돼 버렸는지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다. 돈이면 가장 가까운 사람의 목숨마저 안중에도 없는 세상이니 무서워 밤잠이라도 제대로 자겠는가. 이번의 엽기적인 사건은 낱낱이 파헤쳐져야 한다.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범인에겐 준엄한 법의 심판으로 반인륜적 범죄의 종말이 어떤지를 보여줘야만 한다.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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