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럼-대구시 섬유·패션 육성 당위론 벗자

입력 2005-04-19 08:44:12

패션어패럴밸리 사업의 추진 여부를 전면 재검토할 것을 통보한 감사원의 지적은 지역 경제계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패션어패럴밸리 사업을 포함한 밀라노 프로젝트에 그동안 '올인' 해온 대구시는 이번 감사원의 지적에 크게 당혹해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그동안 밀라노 프로젝트에 깊숙이 관여한 패션업계와 일부 섬유산업 관련 단체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역의 패션업계와 일부 섬유산업 관계자가 느끼는 상실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패션어패럴 밸리 조성 사업을 비롯하여 밀라노 프로젝트는 이들에게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일이다.

섬유산업의 진흥과 패션사업의 성공은 이들에게는 사활이 달린 당위적 전제라고 할 수 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와 이에 대해 업계의 반발은 자구책의 일환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이해하지 못할 것은 대구시의 입장이다.

감사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대구시는 패션어패럴밸리 조성 사업과 밀라노 프로젝트를 계속 강행할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대구시가 이러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전래의 '섬유 및 패션 산업 육성 당위론'에서 벗어나 한걸음도 밖으로 내딛지 못하는 자폐적 완고함 때문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대구시의 이러한 입장은 감사원을 포함한 중앙 정부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기도 하다.

왜 대구시는 그토록 당위론에 집착하는 것일까?

만일 섬유 및 패션 산업계가 느끼는 상실감에 기대어 그러한 당위론에 매달려 있다고 한다면 이는 대구시가 산업정책 추진에 있어 나무와 숲의 논리를 혼돈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섬유 및 패션 산업계의 입장에서 보면 섬유 및 패션 산업은 반드시 육성되어야 한다.

나무를 살리는 논리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지역의 산업정책은 숲의 논리를 따라야 한다.

개개의 나무가 모두 잘 자라난다고 해서 숲이 전체적으로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섬유 및 패션 산업을 육성시키는 것과 대구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만일 대구시가 국비 확보를 목적으로 당위론에 매달려 있다면 이는 대구시가 섬유 및 패션 산업 육성에 대한 기회비용의 계산을 잘못하고 있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국비를 확보하는 것은 그 비용이 전적으로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경과야 어찌되었건 지역주민에게 유리하면 하였지 불리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매우 비경제학적인 계산법이다.

밀라노 프로젝트의 기회비용은 밀라노 프로젝트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과 투자로 상대적으로 산업 정책적 지원을 받지 못해 육성되지 못한 미래 성장형 유망 산업이다.

그렇지 않고 만일 대구시가 1단계 밀라노 프로젝트 과정에서 집중 투자된 것이 하드웨어 분야이기 때문에 그 경제적 효과를 앞으로 거두기 위해 당위론에 매달려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대구시가 돈과 시장의 논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섬유와 패션에 대구시가 그처럼 공을 들인데도 불구하고 생산과 고용이 늘지 않고 민간자본이 제대로 유치되지 않는 것은 돈과 시장의 논리가 그곳에서 사업성을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에서 시장을 설득하지 못한 정책은 실패하였다고 보는 것이 정직한 판단이다.

대구시가 어떤 이유로 '당위론'에 매달려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이 그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산업정책의 상상력을 펼칠 적기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대구시가 당위론을 벗어날 좋은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세기 이상 매달려 있는 섬유산업의 끈을 어떻게 지금 속절없이 놓아버릴 수 있는가라고 대구시가 반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땅한 대안도 없이 그 끈을 놓아버리면 지역 경제는 방향타를 잃고 돌이킬 수 없이 침체의 나락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라고 두려워한다면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지역경제는 그동안 자신의 힘으로 비상할 수 있는 날개를 그 내부로부터 키워왔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대구시가 추락을 겁내어 당위론에 매달려 있는 동안 날갯짓을 할 기회를 갖지 못하였을 뿐이다.

당위론의 끈을 놓아버려라. 그러면 지역경제는 스스로의 날갯짓으로 위로 날아오를 것이다.김영철 계명대 경제학과 교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