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영기자의 의료이야기-(30)그들의 마지막 선택 '장기이식 중국행'

입력 2005-03-29 11:24:29

중국에 가서 장기 이식을 받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일부 언론들은 환자 유출과 수술 후 합병증, 감염, 중국 병원의 낙후된 시설과 환경 등을 거론하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중국의 장기이식센터 한국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는 관계자에 따르면 베이징 등 큰 병원에서 이식 받는 한국인 환자만 한 달에 70~80명, 여기에 중소병원까지 합치면 연간 1천여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대한이식학회는 중국행 장기이식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학회가 중국서 장기이식을 받고 귀국한 환자 236명을 조사한 결과, 3.4%인 8명이 사망했으며, 32.1%인 76명에게 비교적 심한 합병증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난도가 훨씬 높은 생체 부분 간이식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전체 장기이식 합병증 발생률은 3% 미만이라고 비교하고 있다.

또 수술 후 급성 이식거부 반응은 국내의 경우 10% 수준이지만, 중국 이식 환자는 14.4%인 34명에게서 나타났다고 한다. 의학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의 반응은 다르다. 대구의 간이식환자 모임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한국에서는 기증자가 없어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오죽하면 말기 장기 부전 환자들이 중국까지 가서 수술을 받으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따르면 장기 이식 대기자는 2004년말 기준 1만3천여 명에 이르지만 이식 수술 건수는 1천800여 건에 불과하다. 환자들은 자신과 같은 조직형을 갖고 있는 가족이나 친지가 간이나 신장을 떼어 주지 않는 한 한국에서는 장기이식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니, 불감훼손(不敢毁損)이 효지시야(孝之始也)'라는 옛말이 있다. 우리 몸은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니 이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는 뜻이다. 자신의 몸을 아끼고 사랑하라는 뜻일 게다. 이런 유교적 사고가 장기이식 문화의 형성을 가로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웃을 위해 자신의 몸을 나눠주는 것이 더 큰 효도이며 큰 사랑이 아닐까.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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