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알레르기성 대장염 조심!

입력 2005-03-29 11:26:18

모유 먹는 아이들에 많이 발생

모유를 먹는 아기들이 대변에 피가 섞여 병원을 찾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피는 작은 양이며 실처럼 혹은 고춧가루처럼 변에 섞이고 색깔은 선홍빛으로 새빨갛다. 하지만, 열이나 설사, 체중 감소, 보챔 등의 다른 병적인 증상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경우 감염성 질환, 선천성 기형, 수술을 요하는 다급한 질병들을 의심할 수 있지만 반드시 한번쯤 고려하여야 할 질환이 있다. 바로 알레르기성 대장염이다.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과는 지난 2003년에서 2004년까지 알레르기성 대장염이 있고 6개월 이상 관찰이 가능했던 3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병의 몇 가지 특징을 밝혔다.

알레르기성 대장염은 모유만 전적으로 수유하는 아기에게서 주로 나타났지만(93.3%), 모유에서 분유로 바꾸었거나, 이유식을 시작한 경우에도 나타났다. 태어난 지 7일 이내의 어린 신생아는 물론 생후 6~8개월의 영아들도 증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발병 연령은 대부분 생후 5~24주였다.

신생아와 영아들이 혈변을 보이면 감염성 질환, 선천성 장 기형, 장중첩증 등 다급하게 정확한 진단을 요하는 질환들이 잠복하여 있을 수 있다. 이를 구별하기 위해선 소아과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감염성 질환, 장 기형 등의 소견과는 달리 다른 증상이 없이 새빨간 소량의 혈변만 보일 때는 알레르기성 대장염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 병은 과거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질환이었으며, 그 원인을 알 수 없으나 최근 급증하고 있다.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흔한데 동산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발병에서 진단까지의 기간이 평균 6.3주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알레르기성 대장염은 모유를 통해 전달된 알레르기에 의해 아기에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어머니가 섭취한 특정 식품의 알레르기 물질이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전달되어 발생하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우유와 같은 유제품이나, 계란 흰자위 등의 알레르기 물질이 아기에게 전달되어 새빨간 혈변을 보게 되는 것이다. 모유 수유는 많은 알레르기 질환을 막아주는 신생아와 영아의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지만, 이를 통해 알레르기가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레르기 대장염의 치료에 있어서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품을 찾아내고, 이를 어머니의 식단이나 아기의 이유식에서 당분간 제한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병은 직장 내시경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항문에서 한 뼘 거리의 직장 내부에 문어 빨판처럼 동글동글하게 점막이 헐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조직 검사로 최종 진단할 수 있다.

치료할 때 두 가지 점을 주의해야 한다. 첫째는 어떤 경우라도 아기와 어머니의 영양 공급에 차질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모유를 함부로 끊는다든지, 양이 부족한 모유를 계속 수유한다든지, 이유식을 너무 늦춘다든지, 어머니의 식단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등 아기의 영양 공급에 차질을 주고, 어머니에게 불편을 유발할 정도의 식품 제한은 삼가야 한다. ?

둘째는 가급적 알레르기 식품을 피해 아기에게 지나친 출혈이 지속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정 기간의 혈변은 아기에게 빈혈도 일으키지 않고, 성장 장애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몇 차례의 혈변에 지나치게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러나 지속하는 알레르기성 대장염은 소아기의 무서운 질환인 '염증성 장 질환'을 부를 수 있어 조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분유를 먹이는 경우에는 우유 알레르기 전용 분유인 단백질 가수분해물 특수 분유를 선택해야 한다. 모유 수유의 경우는 어머니가 가장 강한 식품 알레르기의 원인으로 알려진 우유, 달걀, 밀가루, 견과류, 어패류를 일주일 정도 자제하면 도움이 된다. 동산병원 조사에 따르면 이 같은 식품 조절을 통해 75%가 혈변이 중단됐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도움말:황진복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과 교수

사진=소아의 알레르기성 대장염은 직장 내시경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이 병은 혈변 이외엔 특이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려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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