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아줌마 "소원 풀었네"

입력 2005-03-25 11:50:53

상주서 시립 보육·정보센터 개설

때늦은 봄눈이 농촌 들녘을 조용하게 덮었던 지난 24일 상주시 공검면 동막리에 있는 한 초등학교 폐교가 여성농업인으로 북적였다.

이날은 지난 2003년부터 상주지역 여성농업인이 숙원사업으로 추진해 온 '농촌보육·정보센터'가 문을 연 날. 이곳은 경북도내에서 지자체의 예산 지원으로 운영되는 첫 시립 보육·정보센터로 상주시는 이미 1억3천여만 원을 들여 폐교를 리모델링해 어린이 보육실과 조리실, 목욕실, 초등생 강의실, 독서실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이봉숙(38) 소장은 "여성농업인은 농사일은 물론 가사노동과 자녀교육, 시부모 봉양 등 1인4역을 맡고 있지만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며 "자연히 농촌을 떠날 마음이 클 수밖에 없고 그 중에서도 이농의 가장 큰 요인은 아이들의 보육과 교육문제다"고 농촌 여성들이 안고 있는 현실을 설명했다.

농촌보육센터는 이 같은 어려움을 들어주고 여성농업인을 전문 농업인으로 키우는 데 필요한 다양한 일들을 하게 된다.

영유아들의 보육사업과 초·중등생 공부방, 여성농업인 고충상담실, 고령 농촌여성들을 위한 노후가꾸기 사업 등으로 농촌여성들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

지금까지 자기 이름을 내세우지 않고 조용히 살아오던 '촌동네 아줌마'들이 이곳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곳곳에 농촌 아줌마들의 자녀사랑과 열정이 묻어있다.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간식들도 유기농식품이나 우리 농산물로 만들어 내놓는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위한 방과 후 교실도 학습보다는 주로 미술치료나 자아성장 프로그램 등 마음을 살찌울 수 있는 내용으로 짜여 있다.

게다가 65세 이상 노인 여성들을 위해서도 한문과 숫자, 글자교실을 열어 이웃과 함께 노후를 가꾸는 일들도 준비하고 있다.

인근 마을 김정화(43·공검면 양정리)씨는 "부지깽이도 거든다는 농번기에 아이 맡길 곳이 없어 밭두렁에 아이를 재웠던 아픈 경험이 떠오른다"며 "시내 학원으로 아이를 보내고 싶어도 촌구석으로는 태우러 오질 않는다"고 했다.

이 때문에 김씨에게 이날은 자녀 보육과 교육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한 듯한 기쁨의 날이 됐다.

농촌지역에 늘고 있는 '결손가정'의 아이들을 돕는 일도 중요한 과제다.

지금까지 등록한 53명의 아이 중에서도 부모 없이 할머니·할아버지와 살아가는 경우가 있어 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돕는데 교사들이 노력하고 있다.

그들에게 이곳 교사들은 엄마인 셈이다.

김정열 운영위원은 "이혼과 실직 등 도시문제가 결국 농촌으로 오는 것"이라며 "이런 가정을 지역사회 전체가 돌보고 책임질 때 모두가 건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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