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마음-문학으로 읽는 조선왕조사

입력 2005-03-25 10:40:20

신봉승 지음/선 펴냄

2월 23일 일본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 상정, 2월 24일 주한 일본 대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발언. 이처럼 일본의 독도 침탈이 점차 가시화될 당시, 대한민국에서는 외무고시 1차 시험 수험생들이 마지막 국사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2월 25일 행정'외무고시를 끝으로 개별 과목시험으로 국사시험은 완전히 폐지됐다.

중국의 동북공정 논란에다 일본의 우익 교과서 채택 확대 시도,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주변국들의 한국사 왜곡 공세가 쉴 새 없이 몰아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역사 문제가 단순한 조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현재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다. 그러나 역사 논쟁에서 가장 큰 무기가 될 국사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역사 교육의 비중은 일본이나 중국 등에 비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국사는 경제 논리와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에 밀려 수능에서조차 선택과목이 돼 버렸고 사법시험에 이어 행정'외무 고시 등 각종 국가고시에서도 제외되는 등 천덕꾸러기가 됐다.

역사 교육의 중요성은 비단 학생이나 수험생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체계적인 역사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수박 겉 핥기 식의 얄팍한 지식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국민에게도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중요하다. 하지만 '태'정'태'세'문'단'세'식의 암기식 역사에 익숙해져 버린 우리들에게 역사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부담스런 존재인 것 또한 사실이다.

'조선의 마음'은 이런 우려를 씻어낼 만하다. 조선왕조 태조 이성계의 창업 시기부터 대한 제국이 궤멸하는 과정까지 연대별로 56편에 걸쳐 정리된 이 책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집어들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친숙하게 쓰였다. '조선왕조실록'에 철저히 기초하되, 희귀한 역사의 뒷이야기와 야사 등을 통해 잘못 알려진 역사적 인물들에 대해서도 생생한 기록을 제공한다. 또 근대사에 접어들면 우리 기록은 물론 일본 기록도 함께 비교해 이해를 돕는다. 특히 치욕스런 '삼전도비' 전문 해석을 비롯해 이토 히로부미의 젊은 사무라이 시절 사진,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연루된 우장춘 박사의 아버지 우범선 사진 등 113장의 풍부한 사진이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 책은 조선은 가난했지만 지혜로운 나라였다고 말한다. 역사 앞에서 옷깃을 여밀 줄 아는 외경심이 몸에 배어 있었고 정의롭지 않은 일을 멀리할 줄 아는 선비들의 나라였다는 것. 조선왕조가 500여 년 동안 단일 왕조를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 기강이 무너지지 않은 '도덕국가'였기 때문이며 국가가 어려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등장한 출중한 지도자와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지식인들의 호연지기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지금 우리가 체험하고 있는 크고 작은 일들은 모두가 역사의 울 안에서 생성되고 소멸되는 편린들이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그 여파는 당대에서 끝나지 않고 다음 시대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믿는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역사를 두려워할 줄 아는 외경심이야말로 세상일을 바르게 보는 가장 값진 겸손이며 이를 통해 눈앞의 실익에 연연하지 않는 지혜를 터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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