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복지시설 비리

입력 2005-03-09 11:35:24

"미국에서 장애인을 표현할 때 옛날에는 'Disabled' 즉 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얘기했다가 그 다음에는 'Handicapped'라고, 뭔가를 접어 줘야하는 사람으로 표현 했다가 최근에는 'People with different abilities' 즉 뭔가 다른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포지티브(positive)하게 표현한다고 한다." 어제 있은 열린우리당 장애인 단체 초청 간담회에서 정세균 원내대표가 한 발언이다.

◇ 한국말로 같은 뉘앙스를 가진 말을 찾지 못해서 그대로 말했다는데, 장애인에 대한 선진시민들의 인식 변화 내지는 바람직한 시각을 보여주는 적절한 인용이라 할 만하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간담회를 마치면서 국무총리실 산하 장애인복지조정위원회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의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 복지와 관련한 각종 임의규정도 의무조항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 법규정이 미흡하고 강제성이 약해서 장애인 복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까. 지난1월 8일 화재로 장애인 근로자 4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한 칠곡군 장갑 공장의 경우 근로자 210여명 가운데 장애인이 80여명을 차지하는 '장애인 고용 모범 업체'였다. 모범 업체의 참사여서 많은 사람들의 동정을 사기도 했지만 안전시설과 대책의 부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지난달 발생한 경산지역 모 장애인 복지시설의 불법과 비리도 마찬가지다. 이사장의 친'인척을 위장 취업시켜 임금을 챙기고, 수용자들을 농장에 부당 노동을 시키는가 하면 공장에 취업한 수용자의 임금을 착복하는 등 각종 불법이 저질러졌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시설이 복마전으로 드러나고, 훌륭한 사람이어야 할 복지시설 운영자가 파렴치범으로 밝혀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 자라는 아이들에게 어려운 사람을 돕는 착한 사람의 모델을 어디서 찾아 보여줘야 할지 난감할 지경이다. 이 지경이 되기까지 감독기관의 직무태만이 한몫을 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감독자는 법을 지키게 강제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문제의 경산복지시설 정상화를 싸고 장애인단체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관계기관의 포지티브한 시각이 절실한 것은 바로 이 같은 현장이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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