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U대회 옥외광고물 수사의 전말

입력 2005-03-04 11:11:24

대구에서 열린 2003년 대구하계U대회는 성공적인 대회라는 국내외의 평가를 받은 채 끝났고 지역민들은 U대회로 인한 경제적 파급 효과도 엄청날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 대회 잉여금만 800억 원이 넘었다.

잉여금을 남기는데 가장 큰 몫을 차지한 것은 옥외광고물 수입. 579억 원에 달하는 돈이 옥외광고물에서 들어왔다. 그런데 옥외광고물 업자 선정과정에서 수억 원의 뇌물이 오간 사실이 드러나 U대회 자체의 성과까지 퇴색시키고 있다. 광고업체 대표가 수의계약을 위해 대회 집행위원과 전·현직 국회의원에게 억대의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전국을 뒤흔들었다.

▲업체 선정=옥외광고물은 대회조직위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지만 광고업체로 선정되면 이익 또한 엄청났다. 이때문에 부산아시안게임과 월드컵대회, 장애인대회 등 국내에서 열린 대형국제대회 옥외광고를 수주한 (주)전홍은 U대회 옥외광고를 수주하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집행위원들과 사무처 핵심관계자 등 몇몇 사람들에 대한 집중 로비를 벌였다.

로비를 받은 몇몇 관계자들은 '흑자대회'와 '원활한 대회 운영'을 명분으로 (주)전홍에게 옥외광고물을 줘야 한다는 논리를 폈고, 내용을 잘 모르던 대회 집행위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이를 승인했다. 한 집행위원은 "사무처에서 제공해준 자료를 갖고 정해진 시간에 판단하는 회의였기 때문에 어느 업체가 어떤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는지 알고있던 집행위원은 거의 없었다"고 털어놨다.

▲수사 계기=지난해 12월 대구광고물조합 이사장 이모(48·구속중)씨의 개인 비리를 수사하던 대구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우병우)는 이씨의 계좌에 뭉칫돈 1억 원이 입금된 사실을 중시, 집중 추궁하다가 서울의 광고업체 (주)전홍 대표 박모(58·구속중)씨로부터 받은 돈이란 진술을 받아냈다. 이씨의 계좌에선 2천만 원이 형인 이덕천 대구시의회 의장에게 건너갔다. 이때만 해도 이 의장이 동생 회사에 광고를 몰아주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설이 유력했다.하지만 대표 박씨를 체포한 검찰의 수사는 탄력을 받기 시작했고 수의계약을 위해 로비를 했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급반전되는 수사=광고업계 로비 특성상 대부분 현금으로 돈이 전달되기 때문에 박씨의 진술 이외에는 수사가 진전이 없었다. 끝까지 다른 사람의 로비 사실을 부인하던 박씨는 55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 조성 사실과 다른 국제대회 로비로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검찰의 추궁에 서서히 입을 열기 시작했고 급기야 조직위에 파견됐던 고위공무원과 전·현직 국회의원의 비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의외의 성과=검찰은 옥외광고물업체 선정 뿐만 아니라 이권이 계속 보장되는 U대회지원법 연장 과정에서도 로비가 있었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16대 국회 문광위원장이었던 배기선의원이 1억 원의 돈을 받았고 배의원에게 돈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던 이상국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이 박씨로부터 프로야구장 광고 수주와 관련해 1억 원에 가까운 금품을 받은 사실도 적발했다. 박씨 이외에 또다른 전기물이용 광고업자 윤모(53)씨가 로비를 위해 1억5천만 원이 넘는 뇌물을 쓴 사실도 확인했다.

▲향후 수사 방향=검찰은 미흡한 점은 있지만 이정도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KBO에 대해서도 '타킷은 이씨'라며 애써 수사 확대를 꺼리고 있다. 조만간 단행될 검찰 인사도 수사 확대를 기피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홍이 2000년 이후 국내에서 열린 국제대회 옥외광고를 독점한 점과 KBO가 수익전담 자회사(KBOP)를 차리고 사무총장인 이씨가 대표를 맡아온 점에 미뤄 추가 비리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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