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해, 닭으로 부자되세요

입력 2005-03-04 09:32:19

닭의 해. 닭들이 올해의 주인공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좀처럼 활기가 일지 않는 외식 창업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바로 닭. 닭으로 부자를 꿈꾸는 창업가들을 만나봤다.

◇'고불' 모르면 간첩(?)

2003년 12월 대구 동성로 로데오골목에서 첫 출발한 치킨전문점 고불(대표 김병주·38). 창업 2년여 만에 본점 외에 7곳의 가맹점을 퍼뜨리면서 대구지역 창업시장의 '스타'로 떠올랐다.

본점 매출 월평균 6천만 원, 가맹점 1곳당 월평균 5천만∼8천만 원의 매출 성적표를 기록 중이다.

대구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다는 동성로의 가맹점만 5곳. 가맹점을 내는 곳마다 손님이 줄을 섰다.

고불은 고추장 불고기의 준말. 이 집의 강점은 고추장으로 양념한 매운 닭고기 맛이다.

"외국 브랜드 음식점들은 갖가지 소스가 많잖아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도 훌륭한 소스가 있더라고요. 고추장이죠. 고추장을 고기에 접목시켜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 김씨는 매운 맛을 노렸다고 했다.

"젊은층, 특히 여성들의 선호 입맛을 노려 창업했는데 예측이 딱 들어맞았습니다.

창업 전 제가 했던 예상 가운데 틀린 것은 매출 하나뿐입니다.

지금보다 훨씬 적게 내다봤는데 예측이 완전히 빗나가 대박이 터졌습니다.

"

창업 직후 조류독감 사태가 터져 개업 초기 3개월 동안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맛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닭의 허벅지살만 씁니다.

가장 운동량이 많은 신체부위여서 씹는 맛이 쫄깃쫄깃합니다.

가장 고급부위죠. 최대한 마진폭도 줄여 메뉴 가격이 3천 원대에서 시작합니다.

조류독감 파동이 끝나면서 월 1천만 원이었던 매출이 단번에 6천만 원으로 폭등했어요."

이 가게는 닭을 간식이 아닌 식사메뉴로 바꿔놨다.

고추장으로 버무린 닭고기와 밥이 함께 나오는 고불치킨정식 등 고불의 메뉴는 경양식집의 메뉴표를 연상케 한다.

"서비스도 중요합니다.

배달전문점, 주류전문점, 식사전문점 등 가맹점을 차별화해서 내주고 있습니다.

내점고객이 곁에 있는데 배달 다고 서성대면 손님들이 불안해서 편하게 식사하기 어렵습니다.

각 가게의 전문성을 키우고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것이죠. 멀리 보면 오히려 매출이 늘어납니다.

" 그는 꾸준히 새로운 맛을 개발, 국내 최대의 프랜차이즈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053)252-2005.

◇5평에서 월 2천500만 원

대구 수성구 범어4동 주인기(35)씨의 치킨점(원투두마리 치킨)은 5평짜리다.

주씨는 이 작은 가게에 독특한 경영방식을 접목, 월 2천500여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부부가 배달 아르바이트생 두세 명을 데리고 하는 소규모 가게임을 감안할 때 믿기 어려운 매출.

범어동 일대를 넘어 신천동 등 동구지역은 물론, 팔공산에서까지 전화주문이 온다.

손님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심지어 포항에서 주문 문의가 오기도 한다.

"닭은 국내 최고 브랜드로 공인된 하림제품만을 쓰되 매일 받습니다.

얼린 닭은 절대 쓰지 않고 재고를 남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튀김기름은 매일 바꿉니다.

식용유보다 40%가량 비싼 채종유만 쓰죠. 깨끗한 기름에 신선한 닭만 쓰니까 맛이 나와요. 결국 작은 가게는 정직이 생명입니다.

"

지난 연말 성수기 때 아침에 준비한 닭이 오후 들어 모두 팔리자 주문접수를 중단했다.

"무슨 이런 집이 다 있어?"라는 항의도 쏟아졌다.

하지만 몇 푼 더 벌자고 신선도를 잃어버린 냉동닭을 쓸 수는 없었다.

2003년 1월, 그는 다른 사람이 하고 있던 이곳 치킨점을 인수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주식에 손대 큰돈을 날린 직후였다.

고향이 대구인 아내와 함께 가진 돈 500만 원을 모두 털어 치킨점을 시작했다.

"이곳은 어르신들이 많이 사셔서 상권으로 따지면 사실상 죽은 곳이죠. 때문에 저희 가게 월세가 20만 원입니다.

저번 가게 주인도 하루 몇 마리 팔지 못했어요. 그런데 동네가게의 주먹구구 경영을 바꾸면 될 것 같았어요. 기존 동네가게는 약점이 너무 많으니까 조금만 노력해도 많이 개선할 수 있었죠."

고객관리 전문 프로그램을 PC에 깔고 고객 분석을 시작했다.

한 번이라도 주문을 낸 고객이 있으면 전화가 걸려오는 즉시 "저번에 뭘 시키셨는데 이번엔 이 메뉴가 어떻겠냐"고 물었다.

수화기 건너편 사람은 깜짝 놀란다.

"어떻게 아느냐"고. 고객들은 작은 것에도 '감동'했고 재구매로 이어졌다.

창업 2년여 만에 그의 고객관리 시스템엔 6천여 명의 고객 데이터가 올랐다.

"전화 주문이 많을 때는 1분에 3, 4통씩 전화가 들어옵니다.

보통 업주들은 통화 중이 걸려도 내버려두죠. 저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동응답시스템을 넣어 통화 중이 걸리면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안내멘트가 나가도록 합니다.

구멍가게라고 구멍가게처럼 장사하면 안 된다는 것이 제 소신입니다.

"

작은 가게에 새로운 것을 심으니 고객층도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동네 사람만 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구지역 군부대 면회용 닭으로까지 판로가 넓어졌고 수성구지역 고교의 야식 메뉴로도 자리잡았다.

그는 주먹구구를 버리면 된다고 했다.

053)743-1235.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사진: 고불 김병주씨(왼쪽), 원투두마리 치킨 주인기씨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