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업체 '에스엘' 홍콩증시 상장 추진

입력 2005-02-17 10:42:09

차 부품사 옛 삼립산업…지난달 설립 중국공장 관리 지주회사 대상

대구·경북 최대 차 부품업체의 하나인 에스엘(옛 삼립산업·대표 이충곤)이 중국 공장을 통합관리할 지주회사를 지난달 홍콩에 설립한 데 이어 이 지주회사의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 글로벌기업으로의 도약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역 기업이 해외 증시에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7일 에스엘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 말 홍콩에 본사를 둔 'SL 아시아퍼시픽 홀딩컴퍼니'를 설립했다.

에스엘은 또 이 지주회사를 세계적 자금시장인 홍콩 증시에 상장키로 하고 이를 진행해줄 회계법인 선임작업에 들어갔다.

에스엘은 이 지주회사의 홍콩 증시 상장이 이뤄질 경우 당장 해외투자금이 들어와 자금순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공격적인 투자계획도 가능해진다

증시에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증권사들의 목표주가액이 상향되는 등 기업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홍콩에 지주회사 설립

SL 아시아퍼시픽 홀딩컴퍼니는 에스엘이 100% 출자한 자회사로, 중국 내 4개 공장을 지배하는 대주주 즉 지주회사가 된다.

에스엘은 일단 지난달 3억9천600만 원을 투자해 이 지주회사를 설립했다.

앞으로 56억 원을 추가 출자해 총 60억 원(550만 달러 상당)을 자본금으로 할 계획이다.

에스엘은 내년 1월 가동예정인 중국 옌타이 공장에 대한 출자도 이 지주회사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현재 가동 중인 에스엘의 중국 내 나머지 3개 공장(베이징·상하이·쓰완)도 관할하게 된다.

에스엘은 지주회사 설립으로 세계 최대의 자동차 수요처로 꼽히는 중국에 대한 공세를 더욱 적극적으로 펼 수 있게 됐다.

또 중국 내 4개 공장을 효과적으로 통합관리할 수 있게 됐다.

◇지주회사의 홍콩 증시 상장 추진

에스엘은 이 지주회사를 홍콩 증시에 상장키로 하고 구체적 실무작업에 들어갔다.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중에는 홍콩 증시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중국 내 회계법인 선임작업을 하고 있다.

홍콩 증시 상장이 이뤄질 경우 해외 자금조달이 쉬워져 회사 성장이 가속화할 것으로 에스엘은 보고 있다.

당장 중국 내 공장에 투자한 자본금 889만 달러(옌타이공장 550만 달러 별도)의 회수가 이뤄져 회사 전체의 자금순환에 큰 도움이 된다.

김희진 에스엘 상무는 "지역 업계에서 해외 지주회사 설립, 해외 증시 상장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해외에 지주회사를 설립, 현지공장을 관리하면 해외공장 운용과정에서 국내 본사로 돌아올 수 있는 위험의 회피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화증권은 16일 에스엘의 목표주가를 10% 상향조정하는 등 증권업계에서도 에스엘의 홍콩 증시 상장 추진에 대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계기로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기업으로 성장 기대

에스엘은 다음달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본격 가동하는 등 글로벌 경영을 더욱 확장할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로써 중국 외에 미국에도 모두 3곳의 생산기지를 갖게 됐다.

인도 2곳에다 폴란드에도 뻗쳐있다.

올해는 슬로바키아에도 진출한다.

이 같은 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될 경우 에스엘은 모두 11개의 해외생산기지를 갖게 되는 셈이다.

에스엘은 글로벌 경영을 가속화하기 위해 지난해 회사 창립 50주년을 맞아 기업이미지 개선작업(CI)을 진행, 사명(社名)을 삼립산업에서 에스엘로 바꾼 바 있다.

이 회사는 세계 최대의 완성차업체인 GM이 지난해까지 8년 연속으로 에스엘을 최우수 협력업체로 뽑는 등 이미 품질면에서는 글로벌기업으로서의 명성을 얻고 있다.

국내 계열사만 12개(본사 포함)에 이르는 에스엘은 주력제품인 램프 부문에서 매출기준 세계 7위, 생산 수량 기준 8위 수준이며 2009년까지 세계 3위권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1조 원 수준인 에스엘 계열사 전체 매출이 2009년쯤에 가면 3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에스엘은 국내 헤드램프 시장에서도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이충곤 회장은 대구의 대표적 '2세 경영인 성공 사례'로 창업자인 선친의 회사를 물려받아 회사 내실을 더욱 튼튼하게 한 것은 물론, 규모까지 크게 키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