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을수록 암 잘걸리는 수수께끼 풀렸다"

입력 2004-12-27 09:27:45

조선대 유호진 교수 "노화세포 분열 정지가 발암 촉진" 세계 첫 규명

대부분의 암이 40대 이후에 발생하고 특히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같은 노화와 암 발생의 상관관계에 관한 수수께끼가 국내 과학자에 의해 풀렸다.

조선대 단백질소재연구센터의 유호진(43) 교수(의과대 약리학) 연구팀은 나이가 들어 세포분열 능력이 떨어지면 유전자 복구 시스템도 함께 붕괴돼 암 발병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고 26일 밝혔다.

암은 정상세포가 통제를 벗어나 분열을 계속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40대 이후의 노화세포는 분열능력이 떨어지는데도 암 발병률은 오히려 높아지는 이유가 처음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에 따라 노화세포의 분열능력 저하에 의한 유전자 복구시스템 붕괴를 막는 치료제만 개발하면 나이 든 사람도 젊은 사람처럼 암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 교수의 이번 연구논문은 과학분야의 저명한 학술저널 네이처 세포생물학지 1 월호에 '이달의 가장 중요한 논문'으로 선정, 전문이 게재됐다.

정상세포는 흡연, 스트레스 등 외부의 유해인자에 의해 손상되더라도 정상인에게 항상 존재하는 유전자 복구 단백질에 의해 정상으로 복구되기 때문에 암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포 내에서 유전자 손상과 복구 사이에 불균형이 발생하면 돌연변이가 급격하게 증가해 통제불능의 세포분열이 일어나 암으로 진행되는데 모든 세포는 과도한 유전자 손상이 일어나면 자살 프로그램을 작동시켜 돌연변이를 제거, 암 발병을 막는다.

종전에는 'Bcl-2'라는 단백질이 세포의 자살 프로그램을 억제함으로써 암 발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Bcl-2는 세포분열과 자살프로그램을 동시에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유 교수는 Bcl-2 단백질의 세포자살 프로그램 억제기능을 없애고 세포에 투입한 결과, 역시 암 발병이 촉진되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암 발병의 촉진원인이 자살 프로그램 작동정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포분열 정지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나이가 들어 세포분열 능력이 떨어지면 단백질 복구 프로그램이 붕괴돼 돌연변이 발생을 막지 못하고 암 발병을 촉진한다는 설명이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정진하 교수는 "이번 연구는 분열이 정지된 노화세포에서 왜 암이 빈번하게 발생하는지를 설명하고 있어 노화와 암 발생의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면서 "앞으로 유전자 복구 조절물질 개발을 통해 노화에 의한 암 발생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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