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콜사인 24년 만에 다시 듣게 되나
1980년 11월 30일 밤 12시, 서울의 채널 7번 동양방송(TBC) TV. 허참의 사회로 진행된 고별방송에서 가수 이은하가 '밤차'를 부르다 끝내 눈물을 뿌리고 "TBC 동양방송, 라디오도 텔레비전도…"라고 시작되는 TBC의 로고송이 흐른 뒤 'TBC는 永遠하리'라는 자막이 떴다.
TBC 라디오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진행하던 황인용 아나운서는 "이제 5분 남았습니다. 10분만이라도 더 있었으면…"이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콜사인(호출부호) 'HLKC'를 되뇌었다. TBC와 같은 운명을 맞은 동아방송(DBS)과 지방의 전일방송·서해방송 등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펼쳐졌다.
이제 며칠 있으면 비슷한 풍경이 재연된다. 방송위원회의 재허가 추천 거부와 이사회의 폐업 결정으로 12월 31일 문을 닫는 iTV가 고별방송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신군부의 강압에 의한 통폐합이 아니어서 비장함은 덜할지 모르지만 해당 채널이 사라지는 것이어서 오히려 아쉬움은 더하다. 24년 전에는 11월 30일 자정이 지나자마자 "여기는 KBS입니다"라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TBC TV·라디오와 DBS 등은 각각 KBS 2TV와 제3라디오, 라디오서울 등으로 통합돼 방송이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12월 31일 자정 이후 인천과 경기 지역의 UHF 채널 21번과 VHF 채널 4번, 그리고 FM 라디오 주파수 90.7㎒에서는 더이상 신호가 흐르지 않는다. 호출부호 'HLDO'도 쓸 수 없다. 정보통신부가 다시 이 채널에 사업자를 허가하지 않는 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iTV의 노조 탈퇴자와 업무복귀자들은 31일 밤 10시부터 두 시간만이라도 고별방송을 할 것을 제안하며 회사측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끝까지 파업에 동참했던 직원들과 함께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회사측은 직원간 충돌 우려와 시설 보호 등을 내세워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창우 iTV 경제팀장은 "7년여 동안 이어왔던 방송국의 문을 닫는 만큼 고별방송을 꼭 해야 한다는 동료들의 뜻을 모아 회사측에 전달했다"면서 "지금 있는 인력 60명 가량이라도 방송을 제작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적어도 마지막 방송은 전 직원이 힘을 합쳐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TBC 출신인 정훈 전무는 "언론통폐합 전인 7월 30일 신군부로부터 강제해직돼 고별방송에 참여하지는 못했으나 20여 년 만에 비슷한 일을 겪게 되니 착잡한 마음이 든다"고 회고한 뒤 "전후 사정이 어찌 됐든 시청자에게 끝까지 의무를 다하고 역사의 기록을 남긴다는 뜻에서 고별방송은 의미가 있으며, 회사의 방침이 결정되면 실무진과 협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회사의 한 간부는 "고별방송을 실시하는 방안을 포함해 여러가지 산적한 문제를 국장단에서 협의하고 있다"면서 "고별방송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실시될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아무런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iTV는 지난 13일 직장폐쇄와 함께 업무복귀 명령을 내려 뉴스와 일부 정규 프로그램을 재개했으나 지난 21일 방송위의 재허가 추천 거부 이후 뉴스를 포함한 정규 프로그램 제작을 사실상 중단했으며 재방송과 영화 등으로 시간을 메우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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