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치혁 前 고합회장 문민정부 대통령 특사로 방북"

입력 2004-12-23 14:17:21

남북관계가 살얼음판을 걷던 문민정부 말기에 기업인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극비리에 방북했다는 진술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예산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권영해 전 안기부장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황찬현) 심리의 첫 공판에서 "장치혁 고합그룹 전 회장이 97년 5월15일부터 닷새동안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극비리에 방북, 북쪽 반응과 정보를 수집하고 돌아와 대통령을 면담했다"고 말했다.

당시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은 97년 추석 연휴에 극비리 방북, 북한 측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고 돌아온 뒤 김영삼 대통령과 독대해 항간에 김 회장이 정부 특사 자격으로 방북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권씨는 "이북 출신인 장 전 회장이 전경련 남북경협위원장을 맡는 등 활발하게 대북활동을 해 감사 인사로 돈을 건넸고, 당시 그런 대북활동 사례비는 관행이었다" 고 주장했다.

권씨는 "사례비라고 말하면 장 회장이 받지 않을 것 같아 돈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사람을 시켜 차 트렁크에 실었다"며 "나중에 동생을 통해 돌려준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권씨는 안기부 예산의 집행, 감독에 대한 검찰 신문에 "10억 원은 부장이 관할하는 특별사업비였지만 실질적으로 안기부 예산 집행을 감독할 수 있는 체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권씨는 안기부장으로 재직하던 97년 10월 초 특별사업비로 배정된 안기부자금 10억 원을 동생 영호씨가 운영하다 부실화된 K식품 인수비 명목으로 고합그룹 장치혁 회장에게 제공, 결과적으로 그 자금이 영호씨에게 건네지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인수비 명목으로 받았다는 장 전 회장과 권씨의 진술이 엇갈림에 따라 장 전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다음 공판은 내년 1월 19일 오후 3시.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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