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기술 자주독립
"부장님, 미국 바이어가 신제품 카탈로그와 관련 자료를 빨리 보내달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죠?"
2006년 6월 10일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던 김영일 부장은 여직원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수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개발한 신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6개월 이상 공들여왔는데 때늦은 자료 전달로 거래를 망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다.
김 부장은 휴대전화 겸용 PDA(개인휴대단말기)의 메모리에 저장해 두었던 신제품 전자카탈로그와 관련자료를 검색, 인터넷을 통해 바이어의 e-메일로 전송했다.
지하철에서 일을 끝낸 김 부장은 출근시간 동안 PDA로 뮤직비디오를 감상했다.
김 부장이 급박한 상황에서도 출근길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막 상용화를 시작한 휴대인터넷(=와이브로:WiBro) 서비스 덕택이었다.
차세대 이동통신으로 주목받고 있는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상용화를 위한 정부와 연구기관·기업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KT와 SK텔레콤, 하나로텔레콤은 이달(2004년 12월) 초 사업권 신청을 마쳤고, 정부도 심사를 거쳐 2005년 2월까지 3개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와이브로 상용화에 따른 후방효과만 18조 원으로 추정되는 만큼, 정부나 기업 모두 '안달이 난' 상황이다.
이 와중에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 KT 등은 2.3㎓ 광대역 직교주파수분할다중(OFDM) 기반의 와이브로시스템(HPI: High Speed Portable Internet) 시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시연에 성공했다.
'제2의 CDMA'로 불리는 OFDM(Orthogonal Frequency Division Multiplexing)은 인접한 주파수 간의 간섭을 최소화해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로 국내 연구진이 2년에 걸쳐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2005년 말까지 모두 390억 원을 투입해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의 휴대전화를 상용화하고 세계시장을 키워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CDMA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퀄컴사에 2조 원이 넘는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형 와이브로 시제품 개발 성공은 미래 통신시장에서의 '기술 자주독립'을 의미한다.
통신전문가들은 광대역 OFDM 기술이 앞으로 등장할 4G(세대) 이동통신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4G 이동통신은 현재의 3G 이동통신(동영상 휴대전화)과 달리, 휴대전화로 몇 초만에 영화 한 편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진정한 와이브로 시대가 도래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ETRI 지경용 네트워크경제연구팀장은 "와이브로는 전송용량과 요금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대체관계에 있는 '유선인터넷' '이동전화 인터넷' '무선' 등과 차별화한 비즈니스 모델과 응용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면서 "초기 도입기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투자의 최적화와 효율화를 위해 사업자간 협력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사진: 지난 13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휴대인터넷'와이브로'개발 시연회가 세계 최초로 열려 관심을 끌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