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나무야-'나무와의 대화'

입력 2004-12-13 11:14:29

예로부터 나무는 '당산목', '우주목' 등으로 불리며 사람들에게 신성시되고 소중히 다뤄져 왔다. 하지만 오늘날 나무는 우리 주변에 흔히 보이는 가로수나 숲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만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나무와 친하게 지내기 위해 대화를 한 번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나무와 대화를 한다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거짓말' 혹은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나무도 포유류나 파충류처럼 숨을 쉬고 자라며, 죽기도 하는 생명체다. 이런 생명체와 대화를 한다고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대화라는 것을 말 그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나무와 나누는 대화는 언어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적 교감을 의미하는 것이다. 말보다는 눈빛이나 체온을 느끼며 서로 공감하는 것을 말한다.

우선 나무와 대화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 첫 인사를 나누는 것처럼 '첫 인사'가 필요하다. 사람들간의 첫 인사는 서로의 이름을 물어보고 알아가면서 이뤄진다. 나무와의 대화도 마찬가지다. 애정어린 마음으로 나무와 친해지려고 한다면 우선 나무의 이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름을 알게 되면 그 나무를 대할 때 이름을 불러주게 되며, 자주 이름을 불러주다 보면 나무에 대한 애착과 호기심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마치 첫사랑을 나누는 연인처럼….

자! 이제 나무와 친구 해 볼까? 자주 이름을 불러준 나무에게 다가서 보자. 나무의 수피를 만져보면 느낌이 어떨까?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만지던 철봉이나 정글짐의 재질과 사뭇 다를 것이다.

그리고 나무 밑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고 나무가 하는 얘기를 들어보자. 무슨 소리가 귓속에 맴돌까?

조용히 들어보면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소리를 듣게 된다. 강물이 흘러갈 때의 속삭임과는 다르지만 나뭇가지가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속삭임 또한 자연이 만들어 내는 음악이다. 바람이 실로폰 연주자며, 나무가 바로 실로폰이 된 것처럼….

애정을 가지고 살펴보면 속삭임은 제각각 다르다. 소나무, 뽕나무, 능수버들 그리고 숲 속의 나무들과 도시에 있는 나무들…. 이러한 나무의 속삭임을 느낄 수 있다면 벌써 당신은 나무와 친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올해는 유난히 단풍이 아름다웠다. 왜 그랬을까? 나무들은 거짓말을 모른다. 기후나 기상의 모든 변화에 그대로 순종하며 살기 때문이다. 이런 나무들이 친구라면 우리도 진실해지지 않을까?

작은 나무를 심게 되면 항상 물을 주고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잘 자라는 것처럼 이렇게 친구가 된 나무를 우리는 아끼고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자! 이제 친구끼리 서로 아끼고 사이좋게 멋진 푸른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

이재윤(대구생명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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