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산과 고위산을 통칭하는 경주(慶州) 남산(南山)은 산 전체가 사적인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국립공원이며, 유네스코가 지난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이 산에는 탑·절터·왕릉 등 신라 유적들이 466점이나 산재해 있다. 역사·문화·자연경관적 가치는 새삼 말할 나위조차 없다. 하지만 '영산(靈山)'이라는 소문이 번져 곳곳에서 촛불을 켜고 굿판을 벌이거나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 훼손되는 데다 탐방객들의 무절제한 입산으로 옛 모습이 이지러지고 있어 안타깝다.
○...사방으로 난 44개의 아기자기한 골짜기와 180여 개의 수려한 봉우리는 등산객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하다. 특히 문화재 애호가들이나 청소년들의 역사·자연 학습장으로 인기를 모은다. 당국은 이들의 통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지만, 산기슭과 연결된 계곡이나 능선을 타고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이 산의 특성상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남산의 나무 뿌리나 땅속에 박힌 암석들이 흉측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다. 지난번 태풍 '매미'가 강타했을 때는 삼릉 숲의 100~150년생 소나무 200여 그루가 쓰러지거나 가지가 부러지는 피해를 입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엔 '소나무 에이즈'로 악명을 떨치는 '재선충'이 경주시 양남면 일대에 감염됐다니 이 산에까지 번질까 우려된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고유 수종으로 국내 산림의 39%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소나무들은 오랫동안 솔잎혹파리 등 많은 병해충들로부터 시련을 받아 왔는데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생했던 재선충이 날로 극성이라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재선충이 경주에 번질 경우 불국사와 남산 등지의 소나무가 전멸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전혀 없는 형편이지 않은가.
○...산림청은 지금 경주와 도로를 두고 마주하고 있는 포항시 북구 기계 내단리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변 재선충 발생 지역의 소나무를 모두 베어내는 '개벌' 작업이 한창인 모양이나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재선충 폐해의 심각성에 대해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것이 우리 소나무를 보호하는 길이듯이, 남산에 대한 관심은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소중한 유산을 잘 가꿔 후대에 물려주는 일임을 깨달아야겠다.
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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