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관전, 더이상 필수 아니다
올해 김응용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사장으로 변신해 국내 프로야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
23시즌을 경험한 국내 프로야구가 그만큼 성숙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프로야구 존재의 한 축인 관중 수는 1995년 540여만명을 정점으로 해마다 급감하는 등 전체적으로 국내 프로야구는 퇴보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선수들의 병역비리 파동까지 겹쳐 관중 감소율이 더욱 증가해 프로야구계가 위기감에 싸여있다.
내년에도 뚜렷한 관중 증가 요인이 없는 실정. 한국 프로야구의 관중 감소 현실과 그 대안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1. 텅빈 경기장
출범 원년인 1982년 140여만명이 야구장을 찾는 등 프로야구는 해마다 관중이 늘어나면서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90년대 중반 경제 발전과 더불어 프로야구는 전국민의 사랑을 받으면서 야구장은 관중들로 가득찼다.
여고생 '오빠부대'가 생겨난 곳도 야구장이었다.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삼성의 방송 일을 하는 최윤정(27·여)씨는 "당시 친구들과 야구장에 가는 일이 큰 즐거움이었다"고 말한다.
삼성 구단은 시민야구장을 인조잔디로 교체하고 전광판을 바꾸는 등 시설 현대화에 나섰고 각 구단은 마스코트와 치어리더도 동원, 관중몰이에 나섰다.
이에 따라 삼성의 홈 경기가 펼쳐진 대구구장 경우 60여경기 중 절반이 만원사례를 빚을 정도로 야구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정동진 전 삼성 감독은 "지역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많았고 연고색이 뚜렷해 관중들은 응원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들어 여타 프로 종목이 출범하고 다양한 놀이문화가 나타나면서 프로야구는 기득권을 점차 잃어갔다.
95년 540여만명을 정점으로 관중수는 해마다 급감했다.
올 시즌에도 관중은 크게 줄어들었다.
정규시즌 230여만명이 야구장을 찾아 지난해 270여만명보다 9% 감소했다.
삼성의 대구구장은 평균 2천933명의 관중이 찾아 지난해 5천405명보다 무려 42%나 줄어 감소율이 가장 컸고 기아의 광주구장은 2천362명으로 지난해 3천972명보다 40%가 줄었다.
SK, 한화, 현대, LG의 홈구장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에 비해 관중이 대폭 줄었다.
반면 롯데의 부산구장은 평균 관중이 4천590명으로 지난해 2천284명보다 102%가 늘었다.
시즌 내내 돌풍을 일으켰던 두산의 관중 수도 경기당 6천817명으로 지난해 6천451명에 비해 13% 증가했다.
올 시즌 8개 구단은 320만 관중 동원을 목표로 스피드업 규정 강화 등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았지만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지난 9월 선수들의 병역비리가 터지면서 관중수는 급감해 대구구장의 경우 600여명의 관중앞에서 경기를 펼친 적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구단들은 시대의 변화를 외면한 채 팬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
전용배 동명정보대학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메이저리그도 80년대 프로농구에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잠식당했지만 구단들이 투철한 팬 서비스로 무장해 현재와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양해영 홍보팀장은 "프로야구 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도 관중수가 줄어들기는 마찬가지"라며 "놀이문화가 보고 즐기는 형태에서 직접 참여하는 형태로 변해면서 야구팬들도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찬호의 미국 진출 후 메이저리그가 방송에서 생중계되면서 야구팬들의 수준이 높아진 점과 이승엽(29.롯데 지바 마린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해외 진출도 관중 감소의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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