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건립사업 장기 표류

입력 2004-12-07 10:16:06

新개발지 시지·칠곡·성서 주민 증설 요구

교육·정보화 시대에 발 맞춰 공공 도서관 증설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지만 시·구청과 교육청의 예산 사정으로 인해 도서관 건립사업이 장기표류하고 있다.

특히 대구의 경우 90년대 후반 이후 수성구 지산·범물과 시지, 달서구 대곡과 성서, 북구 칠곡, 동구 안심 등 '신 개발지역'의 교육·문화수요가 늘어나면서 도서관 추가설치에 대한 공감대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각 구청별로 도서관 건축에 필요한 시비·국비 지원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설립에만 최소 100억원의 예산이 소요돼 선뜻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시내 공공도서관은 지난 1995년 마지막으로 건립된 남부도서관을 비롯해 각 구별 1곳씩(중구 2곳) 모두 9곳으로 인구 8만~10만명당 1곳의 도서관을 두도록 한 한국도서관협회 '한국도서관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

또 수성구청의 경우 20만명에 달하는 지산·범물, 시지주민들이 현재 만촌동 효목도서관의 이용이 어렵다며 새 도서관 건립을 요청하고 있으나, 예산 확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도서관 부지 2,3곳을 계획해 놓고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며 "민간투자를 유치해 도서관을 건설하는 방안 등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동구청도 동구 안심 지역에 새 도서관을 지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예산이 150억원에 달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북구청이 최근 의회의 승인을 얻어 행자부 특별교부금 20억원을 마련, 북구 읍내동 구수산 공원 내에 도서관 부지 매입 계획을 세우는 등 140억원 가량의 대규모 공공도서관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북구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21만명의 칠곡 주민들의 잇단 민원을 수용한 것.

달서구의 경우 28만명이 거주하는 월배지역에 도서관이 전무한 데다, 성서지역 주민들도 기존 두류도서관, 학생문화센터 내 소도서관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도서관 이용 요구가 높다.

구청 관계자는 "상인동 '어린이 도서관'을 비롯해 내년 중 2곳에 도서관을 착공할 계획이지만 규모가 작아 달서구 전체를 커버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 교육청은 새 도서관이 들어서더라도 현재처럼 도서관 운영 부담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각 구청은 장서 구입비, 직원 인건비 등 사후 운영예산까지 부담할 처지에 놓여 있다.

현재 교육청이 투입하는 9개 도서관 연간 운영비는 모두 150억원 가량이며, 이중 자료구입비는 12억원(9%)에 그치고 있다.

시 교육청 과학평생교육과 담당은 "학교 증·개축 사업에 투입되는 교육예산도 빠듯한 형편"이라며 "타 시·도처럼 시와 구청이 나서 시·구립 도서관을 짓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계명대 문헌정보과 오동근 교수는 "대구에는 최소한 5,6개의 도서관이 더 필요하고, 가령 100억짜리 대형 도서관 1곳보다는 25억짜리 작은 도서관 4곳을 짓는 것이 더 낫다"며 "운영방식도 교육청에 일임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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