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조용하면서 치명적인 질환

입력 2004-12-07 08:58:32

매년 12월 첫째 주는 대한고혈압학회가 제정한 고혈압주간이다.

올해로 4년째.

고혈압은 우리나라 주요 사망원인인 순환기계 질환, 특히 뇌혈관질환의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고혈압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고혈압을 '조용하면서 치명적인 질환'이라고 부른다.

고혈압은 최근에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비만, 당뇨병 등과 함께 동반된 경우가 많아서 그 위험이 더 커지고 있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정상 혈압인 사람에 비해 당뇨병 발병률이 2.5배 더 높고, 2형 당뇨병 환자의 20~60%에서 고혈압이 발생한다.

즉 당뇨병과 고혈압은 공통적인 기전을 가진 질환군으로도 생각되고 있어서 이들 질환을 동시에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정상인 사람에 비해 뇌졸중, 동맥경화성심장병, 심부전 등 심장혈관질환의 빈도가 현저히 높아서 수축기혈압이 20mmHg(또는 이완기혈압이 10mmHg) 더 높으면 뇌졸중에 의한 사망은 2배 이상, 그리고 협심증, 심근경색 등의 허혈성심장병에 의한 사망은 2배 정도 더 높다.

좀더 피부에 와 닿게 풀어보면 수축기혈압이 단지 2mmHg 더 높아도 뇌졸중과 허혈성심장병에 의한 사망률이 10% 정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2001년도에 발표된 국민건강 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혈압의 발생 빈도는 30세 이상 성인에서는 30%, 60세 이상이 되면 50%에 이른다.

이 같은 빈도를 고려하면 혈압 상승에 따른 사회적 그리고 개인적인 비용은 매우 크다.

고혈압을 적절히 치료하면 합병증의 빈도를 줄이고 국가적인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최근 대구시 고혈압·당뇨병 사업단이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혈압의 빈도가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증가해 40대에서는 남자의 44%, 여자의 37%가 고혈압을 갖고 있으며, 50대에 이르면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고혈압 상태이다.

이들의 경우 정상 혈압인 사람들에 비해 당뇨병의 빈도가 2배나 높았다.

또 고혈압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 45% 정도가 자신이 고혈압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고, 고혈압이라는 것을 알고 치료 받고 있는 사람 가운데 21%만이 적정 혈압을 유지하고 있었다.

즉 고혈압이 있어도 이를 치료하는 사람이 적고, 또 치료 받으면서도 대충대충 적당히 치료 받는 사람도 매우 많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소금 섭취를 줄여라. 지방 섭취를 자제하라. 담배와 술을 삼가라. 적당한 운동을 하라는 것이 혈압 상승을 막기 위해 권장되고 있는 사항이다.

건강한 생활 습관은 혈관의 노화와 딱딱해짐을 지연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알고 있는 것만으론 건강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실천이 중요하다.

앞에 소개한 연구내용에서도 치료 중인 남자 고혈압 환자의 40%는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우리 주위에서도 심장병으로 입원한 환자가 숨어서 흡연을 한다든지, 금연을 계몽하는 의사가 흡연을 하는 등 이성과 감성이 괴리된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성과 감성이 멀어질수록 건강은 요원해진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도움말:채성철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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