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와 글쓰기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특히 2008학년도 이후 대학입시에서 독서 평가를 학교생활기록부에 반영하도록 하면서 고교는 물론 초·중학교에까지 독서 열풍이 일어날 조짐을 보인다.
일찍부터 체계적인 독서와 글쓰기를 준비해야 대학 진학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 학생, 학부모들은 벌써 학원가나 과외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화상과 디지털, 멀티미디어의 시대가 닥치면서 뒷전으로 밀려나던 독서·논술이 새롭게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을 쓰지 않아도 얼마든지 일상 생활이 가능한 사회에서 왜 새삼스레 '글쓰기'를 중시하는 걸까? 독서·논술을 하고 있는 학생들은 물론 자녀의 독서와 글쓰기에 관심 있는 학부모들도 우선 한번 곰곰이 새겨봐야 할 물음이다.
▲생각의 고리를 이어주는 글쓰기
'좀전에 아이랑 무슨 말을 하고 있었지?'
자녀와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새 주제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 있는 경험,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한번 뱉으면 그 뿐인 '말'의 속성 탓에 방금 한 이야기조차도 금세 머릿속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감성'이 중시되는 시대에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의 소위 '말발'은 어른 뺨칠 정도지만 그 이야기를 글로 옮겨보면 중언부언 같은 자리를 맴돌기 일쑤다.
글쓰기는 이 맴도는 생각에 물꼬를 터 주는 가장 좋은 방법. 글을 통해 단편적인 생각을 흔적으로 남기다 보면 뒤를 돌아보며 사고의 흐름에 고리를 연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차분히 시간을 두고 고치고 다듬으며 한 편의 글을 완성하다 보면 말과는 다른 생각의 폭과 깊이를 느껴볼 수 있다.
▲쓰기 위한 읽기를 하면 책 이해도 효과
글쓰기에 있어서 원 재료의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책'. 일상 경험에서 글쓸 거리를 찾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모든 지식을 체험으로 얻기란 도저히 불가능한 탓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책도 건성으로 읽어서는 머리에 남는 것이 없는 법. 글쓰기를 생활화하면 내용을 짚어가며 책을 읽게 돼 두배로 즐거워진다.
'이 예문은 정말 적절하구나', '나라면 이 상황에는 이렇게 썼을거야' 등의 생각을 하다 보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가 작가의 생각을 분석하는 수준에까지 이를 수 있다.
▲글쓰기 능력은 평생의 재산
최근 한 드라마에서 미국 하버드 법대에 입학한 학생이 리포트를 제대로 써내지 못해 교수에게 무시당하고 학생들이 스터디 멤버로 끼워주지 않는 등 소위 '왕따'를 당한 장면이 있었다.
하버드에 입학할 정도면 '성적'은 정말 뛰어난 학생일텐데 왜 이런 수모를 당했을까? 바로 어릴 때부터 글쓰기 능력을 길러주지 않아서다.
글쓰기 능력이 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마도 자녀의 삶은 내내 순탄치 못할 것이다.
수시로 학교에 내는 수행평가도 글쓰기 능력이 상당 부분 좌우할 것이고, 대학 입학을 좌우하는 논술과 구술면접의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해서도 글쓰기는 필수적이다.
대학교 학점을 좌우하는 리포트와 논문은 물론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 입사 후 제출해야 할 각종 보고서와 기획서 등을 생각하면 글쓰는 능력이 평생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 자연스레 나온다.
글쓰기 시작 단계, 글쓰기는커녕 책읽기에도 흥미를 붙이지 못한 상태라면 부모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학원이나 과외에 의지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부모가 먼저 책을 읽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자녀에게 평생 재산을 물려주는 첫걸음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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