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구직 열풍 분다

입력 2004-12-04 09:13:26

주부 박정자(가명·33·달서구 상인동)씨는 지난 10월말부터 공부방 부업을 시작했다.

남편이 건축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워낙 경기가 얼어붙어 몇달째 일거리를 얻지 못한 상황. 저축해 놓은 돈을 야금야금 까먹다보니 덜컥 겁이 난 최씨는 지난 가을부터 일자리를 찾으러 다녔다.

거의 매일 생활정보지를 훑어보고 인터넷 취업사이트도 검색했지만 도무지 틈새가 보이지 않았다.

식당, 비디오대여점 등도 알아봤지만 집세나 권리금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초기 투자비용이 적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위험성도 낮은 프랜차이즈 공부방을 택했다.

"큰돈은 안되겠지만 아이들 학원비나 반찬값 정도라도 벌었으면 좋겠어요. 돈 한 푼이 아쉬운데 뭘 못하겠어요."

아줌마들 사이에 '구직 열풍'이 불고 있다.

현실은 최근의 경제지표나 각종 경제전망보다 훨씬 심각하다.

물가는 치솟고 남편들의 벌이는 빠듯하다보니 한 푼이라도 가계에 보태겠다며 너나없이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것. 특히 최근 드라마에서 억척스런 주부가 사업에 성공하는 모습이 잇따라 방영되면서 가정 주부들도 '나도 한번 해보자'라며 앞다퉈 일자리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대구 중부고용안정센터에 등록한 30대 여성 구직자만 올 들어 10월까지 2천182명.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천명, 2배로 늘었다.

지역의 다른 취업알선기관들 3곳의 사정도 비슷하다.

고용안정센터에 구직등록을 할 정도면 이미 알아볼 만한 곳은 다 찾아본 사람들이다.

동네 액세서리점이나 옷가게, 식당 등에 알음알음으로 일자리를 알아본 뒤 마지막으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평범한 30, 40대 주부가 단순 생산·노무직 외에 일거리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구직등록을 한 이모(46·여)씨는 "사무직은 엄두도 못내고 대형 할인매장에 들어가고 싶지만 자리가 없다"며 "옆집 아주머니처럼 청소용역업체에라도 자리가 나면 들어가야겠다"고 했다.

하루 평균 9.4건 정도 일자리가 들어오지만 주부 몫은 없다.

자녀 둘을 둔 주부 정모(35·남구 봉덕동)씨는 서문시장 옷가게에 취업했다.

할머니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하루 10시간 가까이 근무하며 버는 돈은 한달 100만원 남짓. 장씨는 "그나마 이 자리도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얻었다"며 "동네 아줌마들 거의 대부분이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주부 김모(32·서구 평리동)씨는 여섯살난 딸을 종일반 유치원에 맡기고 액세서리점 종업원 일을 시작했다.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뛰고, 이웃집 아줌마들도 너나없이 일자리를 찾아나서는 모습을 보고는 불안해 견딜 수 없었던 것.

중부고용안정센터 성창렬 취업지원팀장은 "나이든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식당이나 영세 규모 공장 등은 이곳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아줌마 구직자들이 나서고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며 "구직이든 실업급여 신청이든 이곳을 찾는 주부들이 작년보다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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