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의 한국인 용병 차관 김태봉씨

입력 2004-11-29 12:26:17

"차관 재임기간 동안 반드시 일자리 1만개를 창출해 우즈베키스탄 경제도 살리고 한국인의 저력도 보여 주겠습니다."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에서 경공업부 차관으로 근무 중인 한국인 용병 공무원 김태봉(金泰鳳·44)씨는 지난해 7월 한국인 최초로 외국의 중앙정부 차관으로 스카우트됐다.

외국인이 타국의 중앙정부 차관급 이상 공무원으로 일하는 사례는 전 세계에서 김 차관과 인근 중앙아시아 투르크메니스탄의 터키인 차관 등 2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관은 경공업부 3명의 차관 중 수석차관으로 재직하고 있는데, 산하에는 공무원 100명과 종업원 9만명이 근무하는 100개 국영기업이 있으며 외국인 투자유치, 가동 중단공장 재가동, 수출지원 등의 일을 담당하고 있다.

부산 출신으로 고대 법대 80학번인 김 차관은 영국계 은행인 스탠더드 뱅크를 거쳐 지난 95년 갑을방적 우즈벡 현지공장 지사장으로 부임한 후 본부장을 역임하다 차관으로 전격 발탁됐다.

김 차관은 "지난해 6월 부모님을 뵙기 위해 부산에 왔는데 우즈벡의 총리와 부총리가 갑자기 전화를 해 내일 당장 들어오라고 하더군요. 공장에 무슨 사고가 났나 매우 걱정하며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고 우즈벡으로 갔더니 총리가 갑자기 차관을 하라고 하더군요. 몇 번이나 거절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라고 발탁과정을 설명했다.

김 차관은 "갑을방적을 우즈벡 수출 1위 기업으로 키웠고 외자유치 능력 등을 감안해 총리와 부총리가 상의해 대통령의 재가를 얻었다고 하더군요. 우리와는 시스템이 다르고 공무원들이 아직 사회주의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해 다소 힘들지만 매우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석유, 가스, 금, 우라늄 등 풍부한 천연자원과 문맹률 0%에 가까운 우수한 인적자원, 인구 2천500만명의 시장성을 보유한 우즈벡에 한국기업의 적극적인 진출을 주문했다.

"우즈벡은 천연자원이 매우 풍부하고 충분한 시장성도 갖췄으나 기술력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 러시아 등은 우즈벡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진출하면 자원개발을 비롯, 여러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한국의 기술력이면 충분히 이뤄낼 수 있고 정서적으로도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아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국내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촉구했다.

김 차관은 과실송금이 안되는 등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점 등 일부 지적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 뒤 "투자단계에서 중앙정부로부터 문서로 보장을 받고 일을 시작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특히 우즈벡 정부는 일정 부분 이상 투자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내가 차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우즈벡에 투자하는 한국기업에 대해 보다 유리한 혜택을 주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용병 차관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 한국인의 우수성을 알리고 한국인의 이미지도 높이는 데 힘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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