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치마'와 '바지'는 성(性) 구분과 관계가 없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따뜻한 지방에서는 치마를, 추운 지방에서는 바지를 입었다. 그러나 성차별이 본격화한 이래 '치마=여성' '바지=남성'이라는 등식이 굳어졌다. 치마 가운데 그야말로 여성 전유물인 미니스커트는 1964년 영국의 의상 디자이너 메리 퀸트가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퀸트는 '아름다움은 자랑스럽게 공개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다리 곡선과 엉덩이를 부각시킨 '파격'을 연출해 패션계에 의상 혁명을 일으켰었다.
쪊미니스커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도 여성이 무릎 위 허벅지를 드러낸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시대였다.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반발도 거셌다. 하지만 기성문화에 저항하는 젊은이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1967년 가수 윤복희가 미국에서 귀국하면서 이 옷이 날개를 달기 시작해 이듬해 유행의 물결을 이루었다.
쪊올 겨울 도시의 추운 거리를 미니스커트가 뜨겁게 달구게 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서울 거리의 경우 벌써 젊은 여성 10명 가운데 3, 4명은 무릎 위 10cm 이상 올라간 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모양이다. 이미 한 조사에서 미니스커트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고, 판탈롱 스타킹은 예년에 비해 79%나 더 팔린다는 소문도 들린다.
쪊이 같은 바람은 올 겨울 패션 트렌드인 '걸리시(girlish) 스타일' 때문이라지만, 원인은 거기에만 있지 않은 듯하다. '경기가 나빠지면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는 말이 있듯, 불황이 계속되면서 우울한 마음을 떨치기 위해 경쾌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건 아닐는지…. 아무튼 매출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유통가에서는 이 패션이 부츠·판탈롱 스타킹 등 추가 상품까지 부추기므로 '효자 상품'이 아닐 수 없다.
쪊여성의 치마 길이와 관련해 불황기에는 짧아진다는 속설은 분명 일리가 있는 것 같다. 경기가 나빠지면 옷감을 절약하기 위해서라도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호황을 누렸던 1970년대에 미니스커트의 인기가 절정을 이루지 않았던가. 너무 답답해서 해보는 소리지만, 치마가 짧아지면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조짐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할 따름이다.
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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