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호슬리 지음·김준우 옮김/ 한국기독교연구소 펴냄
마이클 무어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9/11'은 미국 내에서는 물론 한국 등 전세계 곳곳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반(反) 부시 연대 결성에 큰 몫을 담당했다.
부시의 독선주의에 맞서 칸 영화제는 올해 마이클 무어에게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겨 주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대통령 선거에서 합리주의자로 알려진 캐리 대신 다시 부시를 선택함으로써 세계인의 눈총을 사고 있다.
이 책은 '화씨 9/11'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는 일종의 신학적 반성서다.
메사추세츠대학 종교학과 교수인 저자는 예수 연구의 세계적인 대가 중 한 사람. 사회정치적 관점에서 역사적 예수와 하느님의 나라를 해석해 왔던 저자는 9/11 테러 사건 이후 발표한 이 책을 통해 로마제국의 폭력성에 비추어 9/11 테러의 원인이 된 아메리카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그는 부시 미 대통령이 거짓말에 근거하여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략했다는 사실이 의회 보고서를 통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선거와 상하원 선거에서 대다수의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이 부시와 공화당을 지지한 것은 로마제국에 맞서 대안적 공동체로서 하느님 나라를 가르친 예수를 왜곡하고 반 제국주의적인 예수 운동을 배반한 결과라고 말한다.
미국의 보수적인 크리스천들은 반제국주의적 하느님 나라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 폭력적 지배를 선택함으로써 로마제국처럼 무질서와 저항을 초래했다는 것.
저자는 최근의 탈정치화된 예수 연구의 오류들을 비판하고 복음서 전승들에 대한 상관적, 상황적 접근방식을 통해 예수 운동이 당시 로마제국 통치에 대한 저항운동들 속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하는지를 밝히고 있다.
로마제국 통치가 팔레스타인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예수는 로마제국의 학살과 착취로 인한 공동체 해체에 맞서 어떤 선교활동들을 펼쳤는지 분석하고, 로마의 제국적 질서에 대한 대안적 질서로서 하느님의 나라를 어떻게 실행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예수가 반제국주의 운동의 지도자였다"고 결론 짓는다.
로마제국과 오늘날 미국을 비교하면서 미국의 전횡에 비판도 가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을 앞세워 저개발국들에게 개발과 현대화를 강요, 전지구적 자본주의 체제를 확장시키며 세계 통제의 해게모니를 장악한 것은 로마제국이 정복 민족에게 조공을 부과한 뒤 그 것을 지불할 수 있도록 생산에 박차를 가한 것과 같으며 최근 미국에 대한 저항은 로마제국 통치에 맞선 대항 운동과 유사하다는 것. 로마제국 통치에 맞서서 단호하게 대항했던 유다와 갈릴래아 농민운동과 1970년대와 1980년대 니카라과와 엘살바도르 농민운동은 역사적 연장선상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어떻게 미국의 정체성이 로마제국의 정체성으로 변화되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청교도들이 뉴잉글랜드에 정착할 당시 공동체와 교회가 분리되지 않았는데 미국 헌법이 탄생하면서 교회가 국가로부터 분리돼 교회보다는 국가가 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하느님이 선택하신 백성이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요소가 '로마는 정복한 세계에 구원과 문명을 가져다 주었다'는 믿음이 되어 미국 속에 각인돼 로마제국의 전철을 밟고 있다며 크리스천들의 책임을 묻고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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