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었던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은 못말리는 체인스모커(chain smoker)였다. 공습 도중에도 태연히 시가를 물고 시내를 걸어다니며 특유의 웃음과 승리의 V자를 그려보였을 정도였다. 맥아더 장군 역시 파이프에 담배를 담자 털고, 털자 담는 체인 스모커였고, 헬무트 슈미트 전 서독 수상도 금연, 혐연(嫌煙)운동이 번지던 당시에 막무가내로 줄담배를 즐겼던 애연가였다.
◎…사실 담배는 지구촌의 수많은 장삼이사(張三李四)들에게 기호품 이상의 그 무엇이다. 시원하게 뿜어내는 연기 속에 스트레스를 훌훌 날려버리게 하는 담배는 인생의 멋과 낭만, 풍류이고 벗이자 애인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금연 열풍으로 애연가들이 설 자리는 급속히 사라져 가고 있다. 서구에서는 흡연자를 결단력이 없는 사람, 쿨(cool)하지 못한 사람 등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 흡연자들의 서러움도 이만저만 아니다. 연기 한 줄기만 올라가도 어김없이 쏘아대는 눈총. 베란다로, 복도로 쫓겨나 외로움에 떨어야 하는(?) 그들이다. 그러나 담배가 주는 즐거움을 결코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애연가들은 "담배없는 세상은 앙꼬없는 찐빵"이라고 일갈한다.
◎…이런 가운데 문인 애연가들이 정부의 담뱃값 인상계획에 항의하고 나섰다. 한국문인협회 소설분과 소속 작가들은 19일 서울 대학로에서 담뱃값 인상 반대 규탄대회를 열었다. 그들은 "고요한 새벽에 홀로 원고지와 씨름하는 문인들에게 담배 한 개비는 유일한 안식처"라고 하소연 한다. "글을 실을 수 있는 매체가 점차 사라져 가고 있고, 원고료도 줄어드는데 담뱃값마저 오른다면 창작여건은 더욱 나빠질 것"이란 말에선 가난한 예술가들의 비애가 느껴진다.
◎…최근 세계의 각 대학과 연구기관, 담배회사 등은 안전담배, 약초담배 등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의 스타담배회사는 발암물질 제거 담배 시판을 서두르고, 테네시의 담배회사는 무연(無煙)담배를 시험 중이라고 한다.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 금연분위기를 확산시키겠다'는 당국, 담뱃값 인상을 반대하며 거리로 뛰쳐나온 예술가들. 뭐, 뾰족한 묘안이 없을까, 안타까운 심정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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